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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공개 행보 수위 늘리는 MB…'억울'과 '자화자찬' 사이 [와이즈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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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여행하느라고"…구속 기소 이후 5년 만의 공개 연설

MB에게 수감 생활은 '오지 여행'이었다. 지난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주도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그의 공개 연설은 2018년 뇌물과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5년여 만이다. 지난해 연말 사면과 복권을 받은 이후 첫 공식 연설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은 기조연설문에 많은 얘기를 담았다. 그는 "수년 동안 오지 여행을 하느라고 여러분을 볼 수가 없었다"며 "작년 연말에 긴 여행에서 돌아와서 지금 중소기업인들을 한자리에서 처음 뵙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지 여행, 긴 여행…자신의 수감 생활을 빗댄 말들이다.

재임 시절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도 언급했다. 임기 초반에 불거져 국정 동력을 잃게 만든 계기가 됐으니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뼈아픈 기억일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자 한 달 만에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 전 세계 154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데 왜 우리만 그랬는지 모르겠더라"며 강한 억울함을 나타냈다.

자화자찬도 있었다. 재임 중 맞았던 금융위기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나니 유럽 등 각국 정상들을 만나면 서로 내 옆에 앉고 싶어 했다. 당시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우리는 0.2%지만 플러스 성장을 해서 세계로부터 칭찬받았다." 동행한 면면도 경제 관련 측근 인사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국세청장을 지낸 백용호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그리고 중소기업청장과 코트라 사장을 지낸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함께 했다.

이런 사례가 전에도 있었을까? 보통 안보나 평화 관련 단체에서 이른바 '자기 쪽' 전직 대통령을 초청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라는 경제단체에서 비리 혐의로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을 초청해 공개 연설 기회까지 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치적 '청계천' 방문으로 본격 시동

어느 정도 예견된 보폭 확대이다. 지난 5월에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청계천을 찾았다. 붉은색 계열의 점퍼와 운동차 차림. 이날 청계광장에서 신답 철교까지 6km 정도를 산책했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상당히 양호해 보였다.

청계천은 스스로 버스 준공영제와 함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치적으로 꼽는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을 만들어 준 성과로도 평가된다. 그만큼 수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하금열·정정길 전 비서실장,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 그리고 측근인 조해진·박정하·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함께했다.

현안에 대한 언급도 이전보다 많았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조심스럽다"고 답했지만 "한일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잘하시는 것.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 평가는 공정하게 해야 한다"면서 "어려울 때니까 힘을 좀 모아줘야 한다.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공약이자 재임 기간 역점을 뒀던 4대강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에는 올해 장마 전에 간다고 했는데 시기가 늦어져 10월쯤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대표 선거 땐 축전까지…"윤석열 정부 성공에 앞장서달라"

이미 현실 정치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당권주자였던 김기현 대표에게 축전까지 보냈다. 당시 김 대표에게는 이른바 '윤심'이 실린 상태였다. 이 때문에 개소식에는 현역 의원과 정치권 인사, 원외당협위원장, 지지자 등 3천여 명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축전을 통해 김기현 대표를 공개 지지했다. "김 의원은 당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아 1년간 당을 이끌면서 정권 교체에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능력과 자질은 충분히 검증됐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하나 된 국민의힘'을 만들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앞장서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당시 친이계 인사들이 김기현 대표를 적극 지원했는데 김 대표 또한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한 친이계로 분류된다.

MB 행보가 관심받는 이유는?

물론 전직 대통령의 공개 행보는 자유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퇴임 이후 '불행한 생활'을 한 경우가 많아서 공개 행보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전직이어서 활동을 무조건 자제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관심을 받는다. 현재 이 전 대통령도 관심을 받는 쪽이다.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윤석열 정부에 입성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공개 행보를 하는 데 있어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이다.

사면 이후 그의 언행을 보면 '억울'과 '자화자찬' 사이를 오간다. 돌이켜보면 현직 때 억울한 일도 있을 것이다. 이런 억울함을 최근 공개 행보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선 주저 없이 자찬한다. 이 부분은 현직 때랑 매우 비슷하다.

이래도 역사에 남는 기록은 분명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수백억 원대 뇌물수수·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추징금 57억8천만원이 확정됐다. 그리고 5년 뒤 그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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