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대련조선소, STX그룹 주도로 2008년 설립
그룹 해체 여파로 가동 중단, 지난해 헝리그룹이 사들여
최근 VLCC 등 고부가선박 건조 돌입
“친환경 기술 개발로 대응해야”
지금은 해체된 STX그룹이 중국 다롄에 구축했던 STX대련조선소의 2008년 당시 생산기지 모습. 중국 대기업인 헝리그룹이 지난해 이곳을 사들여 헝리중공업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금은 해체된 STX그룹이 과거 중국 시장 공략 목적으로 3조원을 투입해 구축했던 STX대련(다롄)조선소가 ‘K-조선’을 위협하는 전진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STX대련조선소는 2014년 그룹 해체를 전후로 개점 휴업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거대기업인 헝리그룹 손에 넘어간 이후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까지 성공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헝리그룹 산하 헝리중공업은 이달 들어 두 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대한 건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전체 조선소 가운데 세번째로 헝리중공업 다롄조선소가 VLCC 건조에 나선 것으로, VLCC는 이번주 기준 1척당 신조선가가 1억28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헝리중공업은 옛 STX대련조선소가 헝리그룹에 편입된 이후 새롭게 출범한 회사다. 중국 석유화학과 소재 분야 등의 대표적인 민영기업으로 꼽히는 헝리그룹은 연매출만 140조원에 달한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작년 7월 STX대련조선소 시설을 약 17억3000만 위안(당시 기준 약 3300억원)에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헝리중공업 출범 초기에는 벌크선 등 그룹 내부에서 발주한 선박이 주로 건조됐다”면서 “이번에 VLCC 건조에 나선 것은 선박 포트폴리오 확장에 거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국내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뼈아픈 상황’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헝리중공업은 지난 6월 독일 해운사 보그만으로부터 벌크선 수주에 성공하는 등 해외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 해운사 보그만이 지난 6월 헝리그룹에 발주한 친환경 벌크선 예상도 [보그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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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꿈의 조선소’로 통했던 STX대련조선소는 STX가 3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지난 2008년 설립했다. 여의도 면적 2배 규모인 약 170만평 부지에 조선 전 분야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K-조선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1년에 40~50척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도크(선박건조시설)를 보유하고 있으며, 당시 고용인원만 2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STX그룹이 2012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고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 악화가 심화하면서 대련조선소도 이듬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STX 측이 이곳에 대한 매각 작업에 나섰지만 수차례 유찰이 이어지는 등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사실상 헐값으로 중국 자본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다롄 일대는 2000년대 들어 동북아 지역의 물류 허브로 급부상했으며, 현재 헝리중공업 외에도 중국의 국영 기업인 다롄조선 등 초대형 조선사들이 집결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조선사들은 그동안 저가 수주를 앞세워 물량 확보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조선업계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히는 상황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05만 CGT(74척)로, 이 가운데 82%인 168만 CGT(60척)를 중국 기업이 쓸어 담았다. 반면 한국은 27만 CGT(6척, 13%)에 그쳤다.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중국이 선두 자리를 지켰다.
실제 LNG선 시장에서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의 조선사들은 총 8척의 LNG선을 수주하며 2023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28.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LNG선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지만 2021년 8척, 2022년에는 60척을 수주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헝리그룹이 VLCC 건조 등 빠르게 고부가선박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점도 K-조선이 지속적으로 경계할 부분으로 거론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값싼 인건비·고정비 등을 바탕으로 완성된 선박 기준 한국 대비 약 30% 가격이 저렴하다”면서 “이번 STX대련조선소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선별 투자를 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의 대대적인 공세에 맞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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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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