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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유흥수 與고문 “비주류 천하람 수도권 공천해야, 영남의원 험지징발”[정치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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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전당대회 선거관리 당 원로, 파격공천 공개요구
여당 내 ‘수도권 위기론’에 힘 싣나
[본보 인터뷰] “尹대통령은 정치적 가식 모르는 사람”
메시지관리 보좌 필요성 강조
“한일관계는 양국 모두 열등감의 충돌”
“日은 한반도우위 고대역사, 韓은 식민지경험 극복해야”
“박정희-DJ 이어 尹, 한일관계 획기적 개선 후대 평가”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국회와 정당, 용산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한국일보

유흥수 전 주일대사(국민의힘 상임고문)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일친선협회 중앙회 회장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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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정권의 사활이 걸린 분기점이다. 윤 정부 ‘중간평가’로 치러질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야당심판론’이 작동할지 전망이 분분하다. 내주 시작되는 추석연휴 이후 마지막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정점에 이른 뒤 정치권은 사실상 총선준비 국면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에선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차출을 요청했다는 ‘용산차출설’이 나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외부영입 세 불리기도 시작돼 의원들의 공천물갈이 불안이 고조될 조짐이다. 당 상임고문들의 내부회합 역시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대표적 원로인 유흥수 전 주일대사가 지난 15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총선승리는 공천이 제일 중요한데 아주 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취약한 수도권에 이름 있는 거물을 험지 출마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대사는 “기상천외하고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할 파격공천이 있어야 한다”며 “무풍지대에서 쉽게 당선돼 온 영남지역 다선 의원들을 서울에 투입해야 한다”고 구체적 예시를 제시했다. 그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탄생시킨 지난 3·8 전당대회 때 선거관리위원장이었다. 경찰총수 및 민정당 출신 4선 관록의 상임고문이 중진역할론 또는 용퇴론을 공개언급하고 나선 배경이 심상치 않다. 특히 유 전 대사는 “비주류인 천하람(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같은 사람을 수도권에 공천하는 것도 과감한 혁신공천이 된다”고 거명했다.

유 전 대사는 윤 대통령을 “정치적 가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며 “선거에 지더라도 올바른 길로 가겠다는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이 잘 이해해 주고 알아줘야 하는데 ‘정치의 기술’을 주변에서 잘 홍보해야 한다”며 미흡한 ‘메시지 관리’ 보좌 기능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주일대사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성사시킨 그는 “문재인 정부시절 한일관계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당장은 여론지지가 약하더라도 “후대에 평가받을 획기적인 한일관계 정상화”라고 규정했다. 그가 보는 한일 양국과 여야 정국을 들어봤다.

-한일관계에 대한 총론적 평가를 해달라. 현 상황은 지나친 일본 기울기 아닌가.

"근본적으로 얘기하면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역사문화적 관계로 보면 일종의 양국 열등감의 충돌이라 생각한다. 일본은 고대문화가 한반도에서 전수되고 우리가 문화적으로 우위, 우수한 위치에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일본에서 자랐고 주일대사도 하면서 일본의 많은 요소가 한국의 영향을 받았음을 느꼈다. 유명한 도쿄대 학자는 옛 일본 고대사회에서 상류층은 한반도의 언어를 썼다고 주장했다. 또 백제가 660년 멸망할 때 일본에서 지원군 3만 명이 바다를 건너왔다. 지금도 큰 숫자 아닌가. 그러면 얼마나 많은 배를 만들었겠나."

-당시 일본은 통일국가가 아니었는데.

"역사 얘기가 좀 그렇지만 이런 부분을 다 말해야 한일관계가 포괄적으로 이해된다. 3만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 많은 돈이 들어가 일본의 많은 세력이 망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왜 백제를 응원해야 했는지가 늘 의문이었다. 일본은 고대역사를 안 가르치고 지우려 하는데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야사를 보면 백제왕이 일본의 부분적 부족국가 왕을 겸했다고 할 정도다. 내가 2014년 부임했을 때 아키히토 일왕이 “내 몸에 백제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근대일본에 식민지배를 당했으니 열등감이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세계 8, 9대 군사강국이라 할 만큼 국력이 커졌다. 열등감을 서로 벗어나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역대 정권을 포함해 한일관계 전반을 어떻게 보고 있나.

"두 대통령을 중요하게 얘기하고 싶다. 박정희와 김대중이다. 세 번째가 윤 대통령이라 생각되는데 후대에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박정희는 국교를 정상화시켰고 김대중은 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둘 다 국내 격심한 반대가 있었다.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도 당시 국무회의에서조차 반대가 심했다. 일본문화 개방으로 서울시내 ‘엔카’(일본 대중가요 장르)가 범람할 것이라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우리가 문화적으로는 일본에 지지 않고 늘 일본을 눌러 왔다, 걱정 말라’고 했다. 세계정세를 내다본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 돌아보면 문 대통령은 나름대로 북한과 평화공존, 이런 망상 같은 것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중국·러시아라는 공산주의 세력에 맞선다면 일본을 멀리할 수 없지 않은가. 일본관계가 멀어지니 미국과의 관계도 멀어지고 한미일보다 중국, 북한 쪽 외교를 더 중시한 정권이었다. 한일관계는 폐기해도 좋다는 식으로 가서 결국 어떻게 됐나."

-반일 일색이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강제징용 해법만 해도 문 정권에서 해결을 못했다. 결국 법적으로 위반된 건 아니니 제3자 변제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일본이 채워야 할 ‘물컵의 반’은 남았지만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한미일 협력 강화가 한일 간 군사동맹까지 가선 곤란하지 않나.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우리가 공유받을 일본의 정보력도 있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가 있지만 한일 군사동맹까지 가는 건 아니지 않나. 세계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두고 봐야겠지만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위대의 상륙을 허용해선 안 된다.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천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듬해 12월 위안부 합의를 했는데 졸속 날림공사 같다는 비판이 있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봐서 그렇다. 오랜 비공개 협상으로 아주 잘된 합의였다. 아베 신조 총리가 화를 낼 정도였다. 핵심은 세 가지였다. 우리는 강제동원을 인정하라, 총리가 직접 사과하라, 법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양쪽이 서로 모두 이기고 합의하는 게 외교다. 그래서 동원된 용어가 ‘일본군의 관여’로 이뤄졌다는 대목이다. 군대는 강제성이 있는 조직 아닌가.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사죄한다고 했고, 일본 국가예산으로 돈을 지원했으니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열단이 평가한 내용을 보면 잘못됐다는 말이 한마디도 없다. 다만 절차적 면에서 왜 불가역적이란 것이 나오냐를 문제 삼았을 뿐 내용은 잘된 것이었다."
한국일보

유흥수 전 주일대사(국민의힘 상임고문)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일친선협회중앙회 회장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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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로 화제를 돌린다. 올 3월 전당대회를 관리했는데, 30% 국민여론조사를 없애고 100% 당원투표로 바뀌었다. 지금 당의 존재감이 있나.

"우회적 답변을 하겠다. 당정분리 관점에서 보면 그 지적이 맞다. 그러나 반드시 옳은가. 당정일체라는 것은 정당의 책임정치와 효율이란 면에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언제부턴가 분리를 강조하게 됐는데 현대정치는 책임정치다. 이를 구현하는 데 당과 대통령실을 분리하는 게 맞나. 또 당정일체라는 것이 반드시 일사불란하게 이견이 하나도 없이 움직이라는 것은 다른 얘기다. 의견 개진을 얼마든지 해서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그런 면에서 주류와 비주류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운영의 묘이고 민주 정당으로 가는 길이다. 김기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만나고 외연확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비롯해 여권이 이념전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통령이 이념을 중시하는 건 분명하다. 이전 정부에서 너무 이념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으니, 반대적 이념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념은 국가의 색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이 두 가지가 잘되려면 민생과 경제, 외교가 잘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나. 또 지방행 기업에 법인세를 5년간 100% 면제한다고 했는데 정말 잘하는 것이다. 말로만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고 심지어 선거에 지더라도 올바른 길로 가겠다고 하지 않나. 용기 있는 사람이다. 다만 여당 연찬회에서 이념의 중요성을 말했는데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하니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는데, 당에서 해석해서 잘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너무 바른대로만 직선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렇다. 기성 정치인처럼 능구렁이가 아니라 그렇지(웃음)."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가운데 어느 쪽이 될 것 같나.

"대통령 임기 중간선거라 정부견제 심리가 있다. 강하고 센 것을 견제하는 심리가 있지 않나. 그런데 국회에선 야당 마음대로 할 만큼 민주당 정권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선거이기도 해 의회권력에 대한 견제도 함께 있을 것이다. 나도 정치를 시작할 때 정치권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5선째 하는 게 양심에 찔려서 불출마 선언했다. 지금 그때보다 더 형편없는 국회다. 특권이나 누리지 정말 애국심을 갖고 나라 걱정하는 국회인가."

-여당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뭘 해야 하나.

"공천이 중요하고 정말 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당의 비주류적 연설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과감하게 발탁해 서울에 출마시켜야 한다. ‘아, 이런 공천도 하는구나’라고 국민이 놀랄 만큼 기상천외한 발상의 전환으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천하람 같은 사람이 순천에 간 것도 본인의 발상의 전환일 것이다. 그 사람을 수도권에 전격 공천을 하거나, 영남권에서 편안하게 당선된 의원들을 수도권에 징발해야 한다. 김기현 대표가 그런 용단을 내리면 좋다."
유흥수 전 주일대사는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 충남지사, 12·14·15·16대 의원, 주일대사 등 행정, 입법, 외교분야를 모두 거친 당의 원로다. 1937년생 동갑이자 자민당 아베파의 뿌리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인연이 깊다. 아베 총리시절 대사로 도쿄에 부임한 그의 환영행사에 일본 중의원 70여 명이 참석하는 이례적 풍경이 벌어졌다. 한일의원연맹 핵심멤버로서 1980년대 중반 아베 신타로 전 외무장관의 부산 방문 때는 동래별장(지금은 없어짐)에서 폭탄주를 나눴다. 이때 부친 비서로 따라온 아베 전 총리는 겸상을 못하고 유 전 대사의 당시 유재중 보좌관(이후 3선 의원)과 옆방에서 빵을 먹었다. 유 전 대사는 현재 한일친선협회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가 초대회장이다.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유흥수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왼쪽), 정진석 당시 비대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연단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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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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