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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늘어나는 혈액암 환자, 새로운 NK세포 치료법으로 완치 희망 더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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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규형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중앙일보

이규형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NK세포 치료 혜택을 더 많은 환자가 누릴 수 있도록 조혈모세포이식-NK세포 병합치료센터에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암은 부동의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다. 그중에서도 혈액과 림프계 등에 생기는 혈액암은 오랜 세월 ‘불치병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진단 기술, 치료법의 발전으로 완치율과 장기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걸리면 곧 죽는 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병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혈액 질환 명의인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규형 교수에게 혈액암의 특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Q : 백혈병 외에도 혈액암의 종류가 다양하다.

A : “백혈병뿐 아니라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등도 혈액암에 포함된다. 이들 질환은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은 종류별로 조금씩 다르다. 대표적으로 백혈병에 걸리면 빈혈이 생기고 멍이 잘 들 수 있으며 점상출혈, 발열 등을 동반할 수 있다. 림프종 환자는 목 주위나 겨드랑이, 서혜부 등의 림프절이 커질 수 있다. 2주 이상 증상이 지속한다면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Q : 여전히 혈액암을 불치병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A : “대표적인 오해다. 치료법의 발달로 현재는 혈액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완치에 성공한다. 특히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치료에 잘 듣는 혈액암이라 80~90%가 장기 생존한다. 실제 지켜본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중에는 예후가 좋아 80~90세까지 평균 수명을 다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Q : 혈액암의 치료법은 다른 암과 어떻게 다른가.

A : “혈액암일 때는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특정 장기에 생긴 고형암과 달리 문제가 생긴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로 완치하기가 어렵다. 대신 항암제 투여나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치료한다. 이때 항암제로 완치를 먼저 시도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하게 된다. 약물치료에 민감성이 높으면 한 달만 지나도 증상이 크게 호전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항암제로 병을 안정화해 관해 상태로 유도한 뒤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한다.”

Q :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 “과거에는 정상 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하지 않고 체내 모든 세포를 파괴하는, 즉 부작용이 심한 화학적 항암제를 사용했다. 화학적인 항암 요법은 구토, 탈모, 설사 같은 부작용을 야기했고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아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더 높은 표적 항암제가 다양하게 개발돼 항암 화학 요법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T세포와 NK(자연살해)세포를 활용한 치료법도 사용된다.”

Q : 최근 NK세포를 활용한 새 치료법을 내놔 주목받았다.

A : “혈액암 중에서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도 병의 재발이 잦아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질환에 걸린 환자들에게 부모나 자식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다음 공여자의 NK세포를 추가로 투여하면 병의 진행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30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 NK세포를 투여한 집단의 병 진행률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50% 정도 적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들이 있었지만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 대조 방식에 기반을 둔 연구는 이게 처음이다.”

Q : NK세포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A : “T세포와 NK세포는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세포들이다. 이론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후 이들 세포를 추가로 투여하면 백혈병 등 혈액암의 재발을 줄일 수 있다. 다만 T세포의 경우 조혈모세포의 중요한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 질환(조혈모세포 이식 시 수혈된 림프구가 환자의 신체를 공격해 간 기능 이상 등을 일으키는 질환)을 증가시킬 수 있어 투여가 어렵다. 반면에 NK세포는 이식편대숙주 질환을 일으키지 않고 병을 억제할 수 있다.”

Q : 이루고 싶은 장단기 목표는 뭔가.

A : “단기적으로는 현재 몸담은 이대목동병원 조혈모세포이식-NK세포 병합치료센터에서 연구를 이어나가 조혈모세포 이식 효과를 높이는 NK세포 치료법을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고형암에서도 효과적인 NK세포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한다.”

Q : 환자와 그 가족에게 조언해 준다면.

A :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혈액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혈액암으로 진단되면 환자와 가족은 극심한 충격과 당혹감에 빠진다. 혈액암 치료 과정이 힘든 건 맞지만 많은 환자가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치의 기쁨을 누린다. 다양한 신약과 세포 치료 기법이 개발돼 환자 치료에 적용되고 있으니 용기와 희망을 갖고 병원, 의료진을 신뢰하면서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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