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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이재명 24일 만에 단식 끝… 남은 건 민주당 분열과 영장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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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분열… 부정 평가 남은 단식
26일 영장실질심사 구속기로 놓여
이재명 영장심사 출석 여부는 '미정'
차기 원내대표 선거도 같은 날 예정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23일 차인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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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23일 끝났다. 지난달 31일 이후 24일 만이다. 당초 "무능·폭력 정권을 향한 국민항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국회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서 △방탄 오명 △당의 극심한 분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만 남았다. 얻은 건 없고 곳곳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만 입었다.

방탄과 분열만 남은 24일간의 단식투쟁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는 단식투쟁 24일차인 23일부로 단식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회복치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단식 중단 사유로는 장기간 단식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를 들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 의료진이 즉각적인 단식 중단을 강력 권고했다"며 "더 이상의 단식은 환자 건강을 심각하게 위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윤석열 정부 견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인 20일 '부결'을 호소하며 앞서 6월 대국민 약속을 뒤집으면서 단식의 목적이 '방탄'이라는 점을 자인하는 격이 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식을 왜 했는지 의문만 남기고 성과 없이 끝난 단식"이라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더니 결국은 활용하게 되면서 명분도 살리지 못하고 당 분란만 커지게 됐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단식의 출구전략으로 한덕수 총리 해임을 추진했다. 해임건의안 통과가 단식 중단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 총리는 해임건의안 통과 이틀 뒤인 23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면담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한 질문에 "시 주석과의 외교활동으로 충분히 답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단식으로 거둔 사실상 유일한 성과조차 정부에 타격감이 없었다는 의미다.

다만 대여투쟁의 선봉에서 목숨 건 극한의 투쟁으로 야당 대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향후 대선주자로서는 큰 성과가 될 것"이라면서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단식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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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진과 단식투쟁과 관련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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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영장실질심사… 구속시 당내 혼란 불가피


단식에 역풍을 맞은 민주당은 격랑에 빠졌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연일 "배신자를 처단하라"고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거칠게 공격하며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당의 한 의원은 "정당의 생명은 다양성인데 민주당이 죽은 당이 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 법원의 판단만 남았다. 2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면 민주당은 혼돈을 넘어 당 해체 수순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비난이 쏠리고 이 대표는 기사회생해 반격의 채비를 갖출 전망이다.

이 대표가 어렵사리 단식을 풀었지만 영장심사에 출석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 대표 측은 "장기간 단식으로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25일이 돼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구속 여부에 따라 정치생명이 좌우되는 만큼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오랜 단식은 적잖은 부담요인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 대표가 단식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 한 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결국 단식은 승부수가 아니라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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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로 구성된 한 단체가 23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이 대표의 영장심사 기각 탄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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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원내대표 선거 '친명 4파전' 전망


민주당은 이미 '강성 친명계' 일색으로 변했다. 친명계 의원들로 꾸려진 당 지도부를 견제하던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체포동의안 가결 당일 총사퇴하고, 이어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26일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다. 당의 분열을 봉합하고, 이 대표가 혹여 구속될 경우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후보군에서 비명계는 자취를 감췄다. 현재 당 지도부인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홍익표·남인순·우원식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대표 지키기'를 기치로 내건 '친명 4파전' 구도다.

비명계 의원은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모든 민주적인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지도부에 어설프게 한 명이 들어간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원내대표 선거를 밀어붙인 것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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