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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5세대 이동통신

5G폰서 LTE 요금제 쓸 수 있게 해준다더니… 아이폰15도 비싼 5G 요금제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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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SK텔레콤 고객인 직장인 박지수(37)씨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15를 자급제폰(가전매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통신 개통이 안 된 휴대폰)으로 구입, 알뜰폰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로 갈아탈 계획이다. 박씨가 30%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가족 간 결합 할인’을 포기하면서 ‘자급제+알뜰폰’ 조합을 선택한 건 SK텔레콤을 쓰면 어쩔 수 없이 비싼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가 매월 쓰는 데이터는 10기가바이트(GB) 정도. SK텔레콤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한 달에 3만8000원을 내는 5G 요금제 ‘다이렉트5G 38(11GB+1Mbps)’이다. 더 저렴한 LTE 요금제도 있지만 SK텔레콤이 5G폰은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도록 약관을 정해 선택권이 없다. 이는 SK텔레콤만의 문제가 아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동일한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박씨가 자급제로 아이폰15를 구입해 알뜰폰인 KT엠모바일에 가입하면 절반 가격(1만8900원)으로 5G와 비슷한 구성의 LTE 요금제(10GB+1Mbps, 밀리의서재 무료)를 쓸 수 있다. 가족 간 결합 할인 30%를 적용해도 박씨가 알뜰폰 LTE 요금제로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2년간 20만원에 달한다. 박씨는 “가족 간 결합 할인 때문에 SK텔레콤이 더 저렴한 줄 알았는데, 꼼꼼하게 따져보니 실제로는 아니었다”면서 “주변 친구들이 결합 혜택을 포기하고 ‘자급제+알뜰폰 LTE’ 조합으로 갈아타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 정부 “요금제 선택권 확대” 7월에 발표했는데 바뀐 게 없어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3일 출시 예정인 아이폰15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통해 개통할 경우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7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5G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이용자가 단말의 종류와 관계 없이 LTE·5G 요금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서울 시내 휴대폰 판매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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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는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Z플립5와 Z폴드5 역시 5G 요금제만 가입하도록 막았다.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는 갤럭시Z플립5와 Z폴드5 출시 당시 “대책 발표가 나온 지 겨우 한 달이 지났기 때문에 구체적인 적용 시점을 논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는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와 협의하는 동시에 입법을 통해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의 약관을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며 “법률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통신 3사 버티기에 피해는 소비자 몫

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가 대책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최대한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5G폰은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해야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많이 거둘 수 있어서다. 5G 요금제의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은 LTE 대비 약 1.5배 높다. LTE 요금제로 3만원을 번다면 5G 요금제를 강제하면 4만5000원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소극적인 행정과 통신 3사의 ‘나 몰라라’식 버티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5G폰을 새로 구입하면서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시점에서는 ’자급제폰을 별도로 구입해 요금제만 가입하는 것’이 유일하다. 2년 약정이 끝나 ‘선택 약정(매월 요금의 25% 할인)’을 선택할 때 LTE 요금제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5G폰을 새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알뜰폰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급제폰을 구입하면 알뜰폰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알뜰폰에서 5G폰을 함께 구입할 경우 알뜰폰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다. 통신 3사가 통신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알뜰폰에도 이런 약관을 강제해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계통신비를 낮추는 방안 중 하나로 과기정통부가 ‘요금제 선택권 확대’를 약속한 만큼 빠른 이행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라며 “단말기 종류에 관계없이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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