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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스프] 갑작스런 해고에 항의하자 "넌 원래 수습이었다"는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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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슾] (글 : 김기홍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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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원하던 회사에 정규직으로 합격을 했다. 처음 하는 업무라 힘들긴 했지만 나름 배워가며 열심히 한다고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이제 좀 적응한다 싶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나가라고 한다. 알고 보니 그동안 일했던 3개월은 수습기간이었고,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당연히 정직원으로 입사한 줄 알았는데, 수습이라니?

먼저 ‘수습’과 비슷한 용어로 ‘시용’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비교해서 알아두자. ‘수습’은 정식 채용 후에 업무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며, ‘시용’은 정식 채용 이전에 업무에 적격한 지 판단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얘기하면 수습은 정식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이고, 시용은 아직 정식 근로계약은 체결하지 않은 임시채용과 같은 형태이다. 위의 사례는 엄밀히 따지면 ‘시용’에 해당한다. 대부분 회사에서는 실무적으로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해고 통보를 받은 경우 대응에서 차이가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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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A씨는 B용역업체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이었다. 어느 날 용역업체가 C로 바뀌게 되었고, 다행히 A씨를 포함한 기존에 일하고 있었던 경비원들은 모두 재고용되었다. A씨는 C용역업체와 계약기간, 급여 모두 동일하게 근로계약서도 다시 작성하였고, 이전과 똑같은 일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C용역업체는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곳으로 유명했고, 경비원들에게 사소한 것을 문제 삼으며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평소 동료들을 대신해서 회사에 의견을 개진했던 A씨는 대표로 C용역업체 관리자에게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제 모든 화살은 A씨에게로 날아왔다. A씨가 하는 일마다 트집을 잡으며 주의와 경고를 남발하였고, 회사의 편에 있는 동료를 이용해서 따돌리는 행위까지 일삼았다. 그리고 3개월 뒤에 수습평가서와 수습만료(해고)통보서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평가서와 해고통보에 당황한 A씨는 C업체에 항의를 했지만,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에 대한 명시가 있었고, 평가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를 했고, 평가결과 점수미달이기 때문에 본 채용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근로계약서를 찾아보았더니 계약기간 밑에 “입사 후 3개월 동안은 수습기간이며, 수습기간 만료시점에 일정한 평가를 통해 본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당연히 B업체 소속으로 일하다가 C로 변경되고 그대로 일을 했던 A씨에게 수습기간이 부여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본인에게 수습기간이 부여되었는지, 심지어 평가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A씨는 결국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고자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회사는 수습과 시용이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손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와 잘 맞고,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고 싶겠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속 일을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는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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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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