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 광범위"
살포 신고 등 입법 보완 강조도
"책임주의원칙 위반 안 돼" 합헌의견
이번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 조항은 남북관계발전법에서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부분 등이다.
지난 20일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망향대에서 열린 대북 전단 브리핑에서 탈북자 단체가 공개한 대북 전단 내용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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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유남석·이미선·정정미 7명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과잉금지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다.
이들 재판관은 북한 정권이 용인하지 않는 내용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했다.
또 위해나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직접 제지하는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사전에 살포 시간이나 장소·방법 등을 사전 신고하거나 경찰이 살포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기본권을 덜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의 취지대로 ‘전단 등 살포’ 금지로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도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해당 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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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주의원칙 위반에 대해서는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이 위반이 맞다고 봤지만 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의견을 달리했다. 책임주의원칙은 책임이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고, 범죄 형량도 책임의 크기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전단 살포로 북한이 실제 도발을 하더라도 살포 행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헌법소원 대상이 된 남북관계발전법 일부 개정안은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계기로 발의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한국 내 탈북단체를 비난하자 통일부와 청와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단속 의사를 밝혔다.
김 부부장의 비난 담화가 나온 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 법안을 발의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 법안은 같은 해 12월 다수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법이 공포된 2020년 12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은 이 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들은 “남북관계발전법이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한다”며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 등을 훼손하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헌재에 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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