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A에 있는 할리우드 사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최근 파업을 끝내기 위해 잠정적인 노사 합의를 타결한 할리우드 작가들과 제작사 측이 인공지능(AI) 도구 개발에 작가들의 기존 대본을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미국작가조합(WGA)의 합의 하에 작가들의 대본을 AI 언어 모델 훈련에 이용할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미 AI 개발 업계가 기존의 문화 콘텐츠를 이용해 대규모 언어 모델을 학습시킨 것처럼 할리우드 대기업 경영진도 TV·영화 대본을 기반으로 자체 AI 도구를 개발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작가들은 제작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부분적으로 AI를 도입하더라도 전체 대본 작업에 대한 보상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할리우드 작가 1만1천5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WGA는 약 5개월간 이어진 파업을 끝내기 위해 넷플릭스, 월트디즈니 등 메이저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임금 인상과 최소 고용 조건, 스트리밍 재상영분배금 등 주요 쟁점과 함께 AI 도입에 따른 작가 권리 보호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작가들은 영화나 드라마, 방송 대본 등 콘텐츠 제작에 AI가 도입되면 작가들의 일자리를 상당 부분 뺏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WSJ은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대본 요약부터 특수 효과,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AI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LA에 있는 넷플릭스 사옥 간판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 같은 보도 이후 일각에선 작가들이 저작권을 쉽게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디어 업계 거물인 배리 딜러는 이날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에 출연해 할리우드 노사의 합의 내용을 언급하며 "그들은 AI로부터 작가를 보호하기 위한 문구를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보냈지만, 결국 아무것도 보호하지 못하는 문구로 끝났다"고 꼬집었다.

딜러는 생성형 AI와 언어 모델 시스템이 기존 저작물 전체를 색인화하기 때문에 미 저작권법상 '공정 사용 원칙'(fair use doctrine)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공정 사용 원칙'은 타인의 저작물 중 논평이나 비평, 뉴스 보도, 학술 보고서 등의 목적으로 인용 문구와 함께 저작물 일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딜러는 이런 원칙이 다시 규정돼야 한다며 "AI에는 '공정 사용'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우리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AI)에 대해서도 "그는 공정 사용 원칙이 모든 저작물을 (AI 학습에)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한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딜러는 미디어 복합 그룹 IAC와 온라인 여행업체 익스피디아 그룹의 이사회 의장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저작권 침해 논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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