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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석사’ 상담사, 1명당 3400건…매년 절반이 짐싼다 [‘게임중독’ 무방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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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청소년 인터넷 중독 상담사 있지만

전국 54명 뿐…수도권 제외 전국 3명 이하

상담사 1인당 평균 3500건 상담 과로에도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지역마다 ‘줄퇴사’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박혜원·신현주 기자] “올해만 3번째 재채용 중입니다. 상담사 이탈의 가장 큰 요인은 물론 최저임금 수준인 임금 때문이죠. 상담뿐 아니라 치료 대상부터 치료협력 병원 발굴, 민원 응대까지…. 솔직히 상담사가 아니라 행정직 같습니다.” 29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지역 소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속 인터넷중독상담사 A씨는 이같이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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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터넷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역별 상담사 제도를 만들었지만 정작 인력 수준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선 상담사 1명이 연간 3500여 건을 담당하는 과다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채용 땐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반면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처우도 열악해 퇴직마저 잇따르고 있다.

한 명당 1년에 3500건 상담해도 ‘최저임금’ 받는 ‘석사’ 상담사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7곳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전담상담사는 총 54명이다. 지난해 전국 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18만8518건)로 나누면 상담사 1명이 연간 3500여 건을 담당하는 수준이다. 인터넷·스마트폰 전담상담사는 여성가족부가 2014년부터 운영해온 제도로, 지역별 센터에 예산을 배정하면 센터가 상담인력 채용 및 운영을 담당한다.

지역별로 보면 지방 소재 센터들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인 서울(6명)과 경기(8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 센터 상담사 인력이 3명 이하다. 지역 센터별 근무 인원은 ▷부산 3명 ▷대구 3명 ▷인천 2명 ▷광주 3명 ▷대전 3명 ▷울산 3명 ▷세종 1명 ▷강원 3명 ▷충북 3명 ▷충남 3명 ▷전북 3명 ▷전남 3명 ▷경북 3명 ▷경남 2명 ▷제주 2명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들은 열악한 임금 수준을 인력난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상담사 월급은 전국 센터가 동일한 230만77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기준 월급인 201만580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이들에 요구되는 학력 수준은 최소 상담복지 분야 석사 학위 이상이다. 상담사 B씨는 “같은 최저임금이라면 스트레스가 없는 일을 택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털어놨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담사들이 상담 외 행정 업무까지 맡으며 과다업무에 시달린다는 호소도 나왔다. 치료 대상자를 발굴하는 업무부터 인터넷중독 치유캠프 대상자 모집·운영, 부모 교육, 치료협력 연계병원 발굴까지 상담사 몫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중독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을 중독 수준 이전에 찾아내는 사전 발굴 업무는 손조차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담사 A씨는 “설문조사를 학교에 돌려 치료 대상자를 발굴해야 하지만, 학교 측에선 ‘왜 이걸 해야 하느냐’는 달갑지 않은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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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달 일하고 그만두는 상담사들…여가부, 인프라 관리 소홀이런 탓에 상담사들의 연간 퇴직률은 50%를 넘는다. 해마다 절반 이상의 상담사가 퇴직하고 재채용이 이뤄질 때까지 업무가 남은 상담사에게 쏠려 이들마저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탓이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진단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인프라 관리엔 소홀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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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12일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전담상담사의 퇴직 현황 및 평균 근무일수는 올해 7월 기준 전국 평균 19개월이다.

충북(56.6개월), 전북(51.5개월)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경남(1.6개월), 전남(2.5개월), 광주(6.2개월), 대전(6.5개월), 제주(6.5개월) 등 지역에서도 상담사들이 일 년도 못 채우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담사들의 잦은 퇴직은 예산 집행 부진까지 이어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7월 발표한 ‘2022 회계연도 결산위원회 분석’ 자료에서 “인터넷 중독 전담상담사의 잦은 이직으로 집행부진이 반복되고 이로 인한 상담의 질적 저하 우려가 있으므로 인터넷 중독 전담상담사에 대한 처우 등의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예산 집행률의 경우 세부적으로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최근 3년 간 관련 사업 집행률을 따졌을 때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실집행률은 85%대였으나 지난해 제주 지역 실집행률은 4%, 전남은 4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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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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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쥐꼬리’만큼 늘린 여가부…상담사 1명 충원도 벅찬 금액정치권에서는 여가부의 예산 편성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 치료 사례 급증에도 관련 예산이 늘어나지 않아 상담사 처우가 열악해지고, 이들의 잦은 퇴직으로 상담 질까지 저하돼 청소년 인터넷 중독 치료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가부가 최승재 의원실에 제출한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치유지원 사업 예산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청소년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및 해소’ 사업 예산은 평균 19억5200만원이었다. 이 중 전담상담사 배치 사업 예산은 평균 9억3900만원이었다.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전담상담사 배치 예산은 5년 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1년 평균 16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담상담사 인건비 기준 단가가 1인당 1779만6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담사 한 명을 늘리기에도 벅찬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중독 상담사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을 통한 치료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담사 출신으로 청소년 인터넷중독 분야를 연구한 윤지영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박사는 “설문조사를 통해 치료 대상을 발굴하는 현재 체계를 통해서는, 치료를 회피하려 의도적으로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답변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며 “매우 극소수만 치료를 받는 상황인에도 지역 기관에서 치료를 다 포괄하기에 업무가 과중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중독 상담사 부족은 상담 업계 전반의 열악한 처우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얽혀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는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창동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운영위원장) 교수는 “국민의 마음건강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인력과 서비스를 규정하는 ‘전문상담사법’의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의원은 “여가부는 청소년을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상담사 사업조차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예산이 불용 처리됐다”며 “국가의 미래인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직무유기, 업무태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내년 예산 중 관련 예산을 확대해 청소년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고, 청소년의 건강한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문화 정착을 위해 관련 입법 및 정책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newkr@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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