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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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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배분 문제 없었던 카카오엔터, 무엇이 문제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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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카카오엔터에 과징금 부과

공모전 '2차 저작물 작성권' 문제

수익 배분 문제 '검정고무신'과 다른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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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두고 국내 콘텐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들과 체결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을 두고 공정위가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적재산(IP)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업계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검정고무신’과 다른 ‘권리 침해’ 문제
공정위는 24일 카카오엔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사건은 카카오엔터가 2018∼2020년 웹소설 공모전 공지에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을 단 것이 발단이 됐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란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 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독창적인 저작물로 저작하고 이를 이용할 권리를 말한다. 웹소설을 활용해 웹툰, 영화, 드라마를 만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은 ‘검정고무신’ 사안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검정고무신’은 원저작자가 아닌 캐릭터 업체 대표가 만화 속 주요 캐릭터 9종의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를 악용해 2차 사업 과정에서 불균형한 수익 배분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카카오엔터 공모전 당선 웹소설의 2차 사업 수익은 원작자에게 돌아가 수익 배분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수익 배분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것은 ‘권리 침해’다. 카카오엔터가 당선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갖게 돼, 추후 작가들이 본인 작품에 대한 드라마·영화화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을 것으로 봤다. 또 다른 제작사에서 더 나은 조건에서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기회가 있음에도 카카오엔터가 이를 봉쇄할 가능성이 있어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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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로 삼은 '제3 추미스 소설 공모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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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추미스 소설 공모전'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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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확보 사활…업계는 난감
콘텐츠 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공모전은 우수한 작품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우수한 작품을 확보해 여러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목적도 있다.

지난해 시청률 26.94%를 기록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은 문피아의 웹소설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원작은 네이버웹툰의 웹툰이다. 인기 원작의 2차 창작물이 ‘대박’을 치는 사례가 이어지며 콘텐츠 제작 업계는 IP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모전이 대표적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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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큰 인기를 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웹툰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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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제가 된 카카오엔터 공모전의 경우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을 달긴 했으나, 당선작은 추후 별도의 계약을 통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에 대해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와 계약하지 않거나, 계약 후에 파기를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결국 공정위가 공모전 주최와 당선작 작가와의 계약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관련 생태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콘텐츠 업계 설명이다. 반론도 있다. 공모전 주최가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작가가 주최 측이 요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주장이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장은 “공모전 주최와 참여자 모두 공모전을 통해 얻을 기회와 이익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밖에 없어 공정위는 이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며 “이번 사안이 기회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엔터는 공정위의 결정에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했다. 향후 법정에서 카카오엔터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으로 실질적으로 가져간 것이 작성권 자체인지 독점적 이용 허락인지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계약을 통해 작성권 자체를 카카오엔터가 취득했다면 이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에 의한 압력은 없었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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