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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이 "마약범 잡아가세요" 112 신고…도망가도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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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마약청정 무너진 인프라]①'마약과의 전쟁'과 따로 노는 제도·예산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범정부적 차원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온다. 마약에 손 못대게 하는 예방과 발을 들이더라도 빠르게 적발해 공급조직까지 잡아내는 단속, 재범 삼범을 막고 마약환자들을 다시 사회로 되돌리는 재활·치료의 3단계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됐다. 현장에선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금이라도 붙잡지 않으면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는 것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머니투데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19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유아인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아인과 공범으로 지목된 미대 출신 작가 A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2023.05.24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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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재배기구 놔두고 온 경찰…마약투약자 도망가도 못잡는 검찰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단순 마약투약·소지에 대한 검찰 수사권이 제한되면서 현장에서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마약수사 검찰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가 성폭력 사건 수사를 하다 피의자가 집에서 대마초를 직접 키워 재배하는 것을 적발한 사례가 있었다. 수사팀은 재배기구나 대마 씨앗 등은 내버려 두고 화분에서 뽑은 대마를 압수물로 처리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로 인해 피의자가 대마씨나 재배기구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기구 분석을 통해 과거 어느 시점부터 대마를 재배했는지 등을 수사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결국 검찰이 나서 기구를 압수하는 등 사건을 재수사했고 대마가 재벌3세 등에게 판매된 사실을 파악해 관련 일당들을 적발했다.

검찰이 밀수현장을 적발하는 중에 단순투약범을 잡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경찰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검 마약수사관들은 필로폰 밀수·유통 총책의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서 필로폰 투약도구를 소지한 외국인으로부터 필로폰 투약사실을 자백받았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어 112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외국인을 긴급체포했다.

당시 피의자가 마약투약 현행범이 아니었기 때문에 체포하지 못하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감시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피의자가 도망치더라도 검찰수사관이 물리력을 행사해 제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촉법소년 마약사범 폭증…열악한 예방교육 인프라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마약접근성을 낮추는 일이 최고의 예방책이라 강조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청소년 마약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마약범죄로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1년 이전만해도 연간 1~2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 15명으로 치솟았고 올해 7월 기준 이미 17명을 너어섰다.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 판매상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이 큰 만큼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부족하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대상 마약 예방교육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강사는 지난 5월 기준 463명이다. 520만여명에 달하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숫자를 고려하면 강사 1인당 1만1000명을 가르쳐야 할 정도로 인프라는 열악하다.

김필여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우리가 적합한 교육대상이라고 본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 이제 초등학생은 고학년이라고 보여질 정도"라며 "예방교육 횟수가 많이 부족한데 학교에서 너무 어린 아이들한테 마약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게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범률 40%…무너진 재활시스템, 늪에 빠진 중독자들

마약 재범률은 40% 정도다. 범죄 유형 가운데 재범률이 가장 높다. 단순히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만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정부도 처벌과 재활·치료 투트랙 기조를 세웠지만 중독치료기관들이 경영난에 폐원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수도권 최대(지정병상수 기준)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이 대표적이다. 대검찰청이 지난 7월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해 마약류 중독 치료 보호기관 21곳 중 가장 많은 치료보호 실적을 냈지만 치료보상이 부실해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폐원 논란이 일고 나서야 치료비는 물론 운영 손실까지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선에서는 예산 문제를 지적한다. 한 경찰 마약범죄전문수사관은 "1년에 마약사범 5000명을 잡았다면 5000명에 맞춰 예산을 책정할 게 아니라 50~100배에 달하는 암수율을 고려해 금액이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중독자들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국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여 이사장은 "대부분 마약중독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수급자인 경우가 많다"며 "이 사람들이 치료·재활과 직업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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