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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골딘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 韓 저출산에 의미…일·가정 양립 정책지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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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3人 인연 회고

장기적 관점서 불평등 연구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봐야 하며,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늘 강조하며 불평등을 연구해왔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골딘 교수에 대해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은 1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20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축적된 미국 노동시장의 자료를 분석하고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의 변화와 원인을 짚어본 연구는 심각한 저출산을 겪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골딘 교수의 지도교수이자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W. 포겔 전 시카고대 교수의 제자다. 골딘 교수와는 2013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포겔 교수의 제자 추모모임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홍 교수는 "지도교수인 포겔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제자들이 2013년 그를 추모하는 컨퍼런스를 진행했는데 그때 골딘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며 "그 때 제자들이 과거 추억을 되살리면서 강연을 했는데 골딘 교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연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홍 교수는 "포겔 교수의 지도교수 역시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였는데 그는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 일반적으로 사회학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가족 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 경제학적 원리를 적용해 주목받았고, 상당부분이 여성들의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연구였다"면서 "게리 베커 교수가 가족 경제학을 연구했고 그의 영향을 받은 포겔 교수가 역사적인 관점을 중시하면서 둘의 시각이 골딘 교수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 노동참여의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관찰하고 연구한 점은 과거 미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골딘 교수는 돌봄·육아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따라 여성들이 경력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가정 내 육아와 돌봄 책임이 있는 여성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노동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노동에 대한 수요와 성별, 임금격차가 생겼다고 봤다"며 "그의 지적과 같이 우리나라도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남성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여전히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결혼과 출산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면서 이를 어떻게 낮춰주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하느냐가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그의 연구는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기업과 가정 내의 변화도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긴 세월 방대한 데이터 분석…열정과 노력 놀라워

포겔 교수가 지도교수였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골딘 교수의 최대 강점은 긴 세월에 걸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다른 연구자와 차별화했다는 것이고, 이는 포겔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구 결과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위해 쏟았던 열정과 노력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노동시장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의 70~80년대 상황이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면서 "과거 일과 가정이 충돌하면 가정을 택했던 미국 여성들이 점차 커리어에 대한 가치를 높게 부여하는 것으로 변화했고 이를 골딘 교수가 '조용한 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분석한 의미있는 연구"라며 "한국도 남녀가 비슷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대기업 이사진 등 유리천장이 남아있는 분야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딘 교수는 1960년대에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지도교수가 로버트 포겔 교수였고 포겔 교수는 1970년대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의 제자였다"며 "쿠즈네츠의 제자들 가운데는 여러 사람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골딘 교수의 수상은 쿠즈네츠로부터 시작하는 경제사 연구의 전통이 오늘날 경제학 연구의 발전에 얼마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골딘 교수를 세미나 등에서 몇 차례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연구에 있어서는 한치의 빈틈도 없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늘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말을 건네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며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골딘 교수의 미국경제사학회 회장 연설"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미국경제사학회에서는 연례학술대회 둘째날 저녁 만찬 때 회장이 연설을 하는데 골딘 교수가 연설을 마친 뒤 자리에 돌아와 청중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남편인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 래리 카츠와 정열적인 키스를 1분 가까이 했던 기억이 있다"며 "골딘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골딘 교수의 최근작 '커리어 그리고 가정'도 많은 분들이 읽으시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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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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