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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미스터 엔 "엔저는 끝물...일본 경제 호조로 엔·달러 120엔 간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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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
1995년 '엔고'→'엔저' 방향 바꿔
"일본은행, 내년 여름 후 긴축 전환"
한국일보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현 재단법인 인도경제연구소 이사장)이 10일 도쿄의 인도경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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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환율 변동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최근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되풀이하는 답변이다. 미국 장기 금리 상승에 따라 지난주 엔화 시세가 일시적으로 달러당 150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급격한 ‘엔저'(엔화 약세)가 진행되자, 일본 정부가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설 것인지의 여부에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은 그러나 이제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엔저 추세는 이제 정점에 달했고 앞으로 서서히 엔화 강세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부턴 일본은행도 완화 정책의 출구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경제 순조로워 엔고로 바뀔 것"


1995년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으로 부임한 사카키바라는 당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과 담판을 짓고 엔고(엔화 강세)로 달러당 79엔까지 급등한 엔화 가치를 달러당 100엔까지 급락시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재단법인 인도경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현재도 로이터통신이나 블룸버그통신 등 경제 분야 통신사들이 환율의 향방에 대해 그의 조언을 구한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사카키바라는 앞으로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이유로 일본 경제의 호조세를 들었다. 그는 “엔저의 원인에 대해 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또는 통화정책 차이를 언급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기 전망에 따라 금리나 환율도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미국 경기는 아직 견조하지만 내년 이후 후퇴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일본 경제는 순조로우므로 앞으로는 달러 약세, 엔화 강세가 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의 엔저는 지속되기 어려우며, “달러당 150엔을 넘더라도 크게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금이 엔저의 정점이고, 앞으로 1, 2년간은 달러당 120엔까지 완만한 엔고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재무성도 이를 예상하고 있으므로 굳이 무리하게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현 재단법인 인도경제연구소 이사장)이 10일 도쿄의 인도경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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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 정책이 결국 2%대 인플레이션 목표 이뤄"


최근 2년간 일본 소비자물가는 ‘잃어버린 30년’ 동안에는 유례가 없었던 2, 3%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0%로, 한국(1.4%)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사카키바라는 “일본은행의 장기간 금융 완화 정책이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2, 3%대의 인플레이션과 성장 궤도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결국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내년 여름 이후에는 일본은행도 완화에서 긴축으로 정책 방향을 변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를 낙관하는 사카키바라는 ‘잃어버린 30년’이란 표현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고도 성장을 겪은 일본 경제가 인구 감소와 함께 ‘성숙해 가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전후 성장기를 거쳐 1955~1973년 사이 ‘고도 성장’, 1974~1990년까지 ‘안정 선장’을 거쳤고,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기간은 연평균 성장률이 1%대인 ‘성숙’ 단계였다고 주장했다.

인도경제연구소를 운영하는 사카키바라는 인도 경제가 앞으로 상당 기간 연간 7, 8%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중국이나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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