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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부인암 수술 패러다임 바꿨다"...연 5만건 수술하는 의사 정체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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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의 접근성과 확장성





안전성 높지만 진료비 부담 여전

최근 10개 질환 ‘조건부 권고’ 결정

의료 경쟁력 향상 등 전환점 기대

중앙일보

다빈치 SP 단일공 로봇수술 모습. [사진 인하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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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수술은 첨단 의학의 상징으로 꼽힌다. 집적된 기술력이 집도의의 수술력을 끌어올려 보다 정밀하고 안정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각광받았던 건 아니다. 시행 첫해인 2005년 로봇 수술 건수는 17건에 불과했다. 도입 초창기엔 주로 ▶비뇨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의 일부 수술에서 시행되곤 했다. 하지만 로봇 수술의 장점과 확장성이 입증되면서 이젠 국내 로봇 수술 건수가 약 5만 건(2022년 기준)에 달한다. 국내 로봇 수술 시장 규모는 2018년 이후 연평균 21.5% 성장해 2025년에는 약 2억 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로봇 수술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후 활용도와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로봇 수술의 접근성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을 갖춘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이지만,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진료비는 의사와 환자에게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



국내 로봇수술 1년간 약 5만 건



로봇 수술의 확장성은 괄목할 만하다. 지금은 기존의 범위를 넘어 암이나 양성 질환 외에 신장 및 간 이식 등의 고난도 수술까지 로봇 수술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외과에 해당하는 거의 모든 질환에 로봇 수술이 가능한 상태다. 특히 비뇨의학과·산부인과의 로봇 수술 시행률은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2018년 기준 로봇 수술 시행률은 전립샘절제술의 경우 66.5%에 달하고 자궁 적출 및 근종절제술이 40.55%로 그 뒤를 잇는다.

특히 산부인과에서는 로봇 수술을 ‘복잡한 부인암 수술 패러다임을 최소침습 수술로 전환하게 된 기술적 진보’로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로봇 수술이 최소침습 수술 구현을 위한 최적의 도구로 그 가치가 견고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확대된 3차원 영상으로 수술 부위를 보며 집도의가 양손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어 최고 수준의 술기에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의사들이 보다 많은 환자에게 안정성 높은 수술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는 “기존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장점에 대한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초창기와 달리, 오늘날 로봇 수술은 최소침습 수술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최근에는 로봇 단일공 수술이 기존 단일공 복강경 수술 대비 난소 기능 유지에 더 우수하고, 배우기 어려운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부인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로봇 수술의 유용성이 많이 보고됐으며, 자궁경부암 수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돼 이에 관한 세계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아직 비용이 비싸다는 제한점이 있으나 추후 포괄적인 비용·효과 분석을 통한 가치 산정과 여러 로봇 수술 기구들 간의 경쟁을 통해 차차 적절한 비용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29건 로봇수술에 보험 혜택



국내 로봇 수술 수준은 세계 최고로 꼽히지만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 우리나라는 로봇 수술 허가 1년 뒤인 2006년 건강보험 급여 적용 논의가 있었으나 비용·효과성 등 진료상의 경제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비급여 결정이 내려졌다. 2015년에는 급여평가위원회에서 로봇 수술의 급여 전환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지만 추가적인 쟁점만 대두된 채 마무리됐다. 반면에 일본은 2009년 로봇 수술을 허가했지만 바로 3년 뒤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전립샘적출술에 첫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신설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총 29건의 로봇 수술에 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중국(상하이)도 이미 비뇨의학과·산부인과·외과 등에서 4개의 로봇 수술에, 대만은 비뇨의학과·외과·흉부외과의 주요 로봇 수술에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국내 로봇 수술의 급여 전환에 힘을 싣는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의료기술재평가를 통해 특정 질환에 대한 로봇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한 것이다. 11개 영역 내 54건의 로봇 수술을 심의한 결과, 전립샘암, 악성·양성 부인과 질환, 식도종양, 폐암 등 총 10가지 질환에 대해 ‘조건부 권고 등급’을 결정했다. 로봇 수술이 기존 수술 대비 유사하거나 개선 효과가 있으며 안전한 수술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강창현 교수는 “조건부 권고를 받은 질환은 로봇 수술에 대한 유의미한 의학적 근거가 충분히 수집됐으며 급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로봇 수술의 실효성 역시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뜻”이라며 “설사 ‘불충분’ 심의를 받았더라도 로봇 수술의 효과나 안전성이 미흡하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가에 필요한 연구 문헌이 부족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평가 시 RCT(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시험) 문헌을 기준으로 했기에 도출된 결과일 뿐 관련 질환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조건부 권고를 받은 영역을 시작으로 로봇 수술에 대한 보험 급여가 이뤄진다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 행위의 질과 경쟁력을 급속히 향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2022년에 이미 외과 로봇 수술이 복강경 수술 건수를 앞지른 상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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