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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단독]"아파트값 하락 공포 심어야" 탄소중립 대책 황당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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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도입된 탄소포인트제 확산을 위해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공포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홍보 전략이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에 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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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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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내용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탄소 중립추진을 위한 행동경제학적 인센티브 도입방안’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연구용역 보고서에 실렸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중앙대 연구팀은 서문에서 “탄소포인트제와 탄소 중립실천 포인트제를 통해 환경인지도 수준을 높이는 전략을 행동 경제학적 접근(behavioral economic approach)을 적용하여 논의한다”(보고서 5쪽)며 130여쪽에 걸쳐 탄소포인트제 활성화 전략을 제시했다.

‘탄소포인트제’는 가정이나 회사에서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사용을 줄이면 포인트를 부여해 교통카드나 상품권 구매에 쓰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2022년부터는 ▶전자 영수증 ▶무공해차 대여 ▶다회용기 사용 등 친환경 활동을 했을 때 마찬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탄소중립실천 포인트제’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탄소포인트제 사업 시행 10년이 지났음에도 인지도와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팀은 자체 분석을 통해 “인센티브 구조가 효과적이지 않고 지속성이 없어 탄소포인트제의 활용도가 지극히 낮다”며 “효과적 홍보전략 부재”를 단점으로 짚었다. “아파트 단지 내 네트워크 안에서 거론되지 않고,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93쪽)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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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사거리가 침수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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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연구팀은 홍보 전략으로 “‘공포’가 유용한 정책 도구(policy instrument)로 활용될 수 있다”(109쪽)는 외국 연구 성과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위험(미디어 노출)과 연계시키는 소통전략을 활용하면 효과적인 프레임 전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110쪽)고 적었다. 구체적으로는 “강남침수 → 강남 아파트 가격폭락 → 탄소중립을 실천하지 않으면 인명 피해와 재산손실”이라는 ‘프레임+시그널 홍보전략’(111쪽)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결론에서도 “비용에 집중되어 있던 기후 변화에 대한 프레임을 ‘Fear Factor’(공포 요인)로 전환해야 한다”(120쪽)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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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전략이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8일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3명이 사망한 직후 강남구·서초구 지역의 아파트값 하락률이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값 하락률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침수 때문에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시대착오적인 페널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태호 의원실 관계자는 “통상 연구용역비는 2500만원 이하인데, 기재부는 이 연구에만 4000만원을 썼다”고 꼬집었다. 이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 보고서는 단순 참고자료로 기재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탄소포인트제의 실적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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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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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는 없이 사상자가 발생한 재난을 홍보 전략에 쓰도록 권고한 게 정부 용역 보고서 결론이었다”며 “누군가의 트라우마를 들춰내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기후 위기 극복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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