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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모두에게 유전자 설계도 제공…정밀의학·질병예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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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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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조원에 달했던 개인 유전자 검사를 이제는 간편하게 집에서 3만~5만원이면 받아볼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활성화된 덕분이다. DTC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등으로 유전자검사기관에 직접 의뢰하는 검사다. 가정에서 유전자 검사 키트를 배송받아 타액을 뱉거나 뺨 안쪽을 면봉 등으로 긁어 상피세포를 채취해 보내면 2주 안에 분석 결과를 앱으로 받아볼 수 있다.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을 키우는 선봉장에 마크로젠이 있다. 마크로젠은 글로벌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이다. 최근 유전자 검사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을 출시하고, 20~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자기 DNA를 파악하고,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질병 예방 등 순기능이 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을 강조한다. 세계인이 내 몸의 유전체(게놈) 설계도를 갖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꿈이다.

대담=권건호 전자신문 벤처바이오부장

-1997년 마크로젠을 창립했는데, 벌써 26년 됐다. 바이오 1세대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을 것 같다.

▲처음에 400억~500억원 정도를 시장에서 투자받아 시작했음에도 영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아무리 해도 돈을 벌 수 없었다. 한국 시장이 너무 좁아서 시장을 해외로 넓혔다. 세계에 우리 기술을 알리고 '우리에게 샘플을 페덱스로 보내면 웹으로 데이터를 알려주겠다, 걸리는 시간은 5일이다' 이렇게 소개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국에서 해도 2주가 걸리는데 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또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20개 샘플을 우리가 페덱스 가격을 지불하고 무료로 해줬다. 한 번 해보고 나니, 빠르고 정확해서 만족해했다. 처음에는 매출이 수천만원도 안 되던 것이 한 달이 지나니 10억원이 되고, 또 한 달이 지나니 30억원됐다. 그 당시 매출 대부분은 해외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50% 정도는 해외 매출이다.

-교수로 재직하며 창업자가 됐는데 창업을 결단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유전체 분석 분야를 업으로 삼은 이유가 있는지.

▲1960년대 말 굉장히 유행했던 소설 '광장' 맨 앞에 “세상에 많은 풍문이 있다. 인생을 풍문 듣듯이 사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는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서 모든 것을 만난다. 운명을 만나게 되고 그것을 광장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의사로서 의대를 졸업할 때 임상하지 않고 기초의학을 해 DNA를 전공했다. DNA가 세상을 구할 것이란 풍문을 듣고 이쪽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다 1997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학문적으로 기술을 갖고 있고, 논문을 쓰던 사람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 국가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설비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뛰어드는 상황이었다. 그때 마크로젠을 세웠고, 잘 성장해서 회사가 뿌리를 내리게 됐다.

-장수 기업 핵심 비결은 무엇인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운이라는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뜻을 가지고 흐름을 읽으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저절로 따라온다. 마크로젠은 많은 사람의 무병장수를 돕겠다는 비전이 있다. 그리고 바이오산업 흐름을 잘 읽었다. 이렇게 흐름을 잘 따라가니 나머지는 알아서 진행된 것 같다.

-바이오협회장도 여러 번 했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뭐라고 보는지.

▲격변하는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사건이 생기면 크게 변한다. 미래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IT와 바이오의 융합이 중요한데 우리는 세계적인 IT와 바이오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 헬스케어가 기본 인프라가 되어가는 시대에 한국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스케일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성장해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지.

▲2016년부터 DTC 개인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고, 누적 검사자 수는 35만명(뱅크샐러드 포함)에 달한다. 마크로젠은 주거(현대건설 미래건강주택), 헬스케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산업 간 협업을 통해 모두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유전체 분석 분야 전문가팀을 구성하고 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등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첨단 유전체 분석 시스템(노바식X, 레비오)의 글로벌 론칭 파트너로서 아시아 최초 도입도 했다.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과 탄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데이터 축적과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 마크로젠의 유전체 데이터 생산 장비 보유량은 국내 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로, 우수한 샘플 분석 처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인증 3종을 모두 취득해 데이터 보안도 한층 강화했다. 최근 4년 연속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인 ISO 27001을 갱신했다. 실제 2020년부터 시행된 1·2차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 주관사로 활약한 바 있다.

-올해는 유전자 검사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을 만들고 고객을 직접 만나는 시대를 맞았다. 올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다시 또 새로운 벤처로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과 다른 것은 전엔 아무것도 없었다면 지금은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마크로젠만큼 충분한 경력을 가진 곳이 없다. DTC는 좋은 상담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간이 유전체 설계도를 갖게 됐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병장수다. 이제 설계도를 갖고 개인 질병을 넘어 맞춤의학을 할 수 있게 됐다. 2000년에는 한 사람 유전체를 분석하는 데 25억달러(3조3000억원)가 들었지만, 지난해에는 100달러로 가격이 하락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엄청난 가격 하락이 의료 혁명을 일으켰다. 정밀의학이 가능해졌다.

전자신문

[데스크가만났습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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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가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왜 필요하고,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나.

▲개인이 유전자 검사로 자신의 정보를 알면 특정 질병 파악이 가능해진다. 이 서비스는 병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크로젠 의료재단에서 설립해 송도에 있는 진헬스건강검진센터 등 병원에서 유전자맞춤건강검진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암유전자검사 등과 달리 예방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 유전자 검사로 모두가 나의 DNA 몸 설계도를 갖고 보다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는 젠톡 출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또 잠재적인 질병 위험 정도를 알아보고, 이에 대비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계획할 수 있다. 한국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많이 증가했고 국가 의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에 본인 건강을 파악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한다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전체 분석 가격이 떨어진 만큼 향후 유전체 분석 시장이나 산업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유전적 특성에 따른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암, 치매 등 질병 예측·조기진단, 인공지능(AI) 의료 솔루션 등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미래 정밀·맞춤·예방의학 실현이라는 지향점은 같을 것이다. AI와 융합한 임상 데이터 및 유전체 정보 등이 의료체제를 환자 중심 상향 서비스로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전체 정보는 질병 진단이나 치료뿐 아니라 발병을 앞서 예측하는 데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마크로젠 역시 건강검진과 결합한 질병예측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현재 및 미래 질환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보하고 예방을 위한 솔루션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마크로젠 젠톡이 순항 중이다. 국내 성과와 해외 사업 계획은.

▲론칭 2개월 만에 누적 방문 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출시 100일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3만을 넘어섰다. 원하는 항목을 골라 검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 있는 검사 항목을 알 수 있다. 전체 이용자의 약 80%가 20~30대일만큼 MZ세대에게 큰 인기다. 인기 판매 항목은 탈모관리(46%), 체중관리(22%), 운동관리(19%) 순이다. 특히 2030대 남성은 탈모관리 항목을, 30대 여성은 체중관리 항목을 선호했다. 개인용 젠톡에 앞서 주로 40대 이후 연령층 타깃으로 병원을 통한 암, 치매, 고혈압, 당뇨병 등 질병예측 유전자 검사 서비스인 젠톡 마스터도 제공해오고 있다. 앞으로 발병 위험도 예측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건복지부 DTC 인증기관으로서 검사항목을 지속 늘려가고, 현재도 서비스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암·치매 등 질병위험도예측서비스 또한 젠톡과 연계해 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세계 153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젠톡도 해외 서비스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검사 전반에 필요한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보건복지부에서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을 70개에서 129개로 확대했다. 최근 DTC 검사 항목 인증 절차를 2회에서 1회로 간소화하는 내용도 입법 예고했다. 정책적 발판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 유전자 분석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마크로젠도 확대된 검사 영역을 빠르게 젠톡에 적용해 보다 많은 사람이 세분화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DTC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B2B 제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변화하는 데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큰 흐름을 보면서 의학, 유전학, IT가 접목된 다양한 교육을 통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향후 어떤 사업 구상과 계획 갖고 있는지.

▲앞으로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장내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역시 사람의 중요한 건강지표다. 유전자 검사와 함께 주기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검사하고 생활 습관 개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서비스도 고민 중이다.

-마크로젠 올해 성과와 내년 목표는.

▲마크로젠은 젠톡 플랫폼 론칭을 디딤돌 삼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코로나19 진단 키트처럼 유전자 검사 대중화를 이끌 것이다. 앞으로 누구나 쉽게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향후 국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인간의 무병장수 꿈을 이룰 수 있게 지원하겠다. 마크로젠은 다양한 국내외 제약사를 비롯해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양적, 질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 기술을 향상하고 신약 개발을 지원해 난치성 질환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필요한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 대중화를 위해 유전체 정보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제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군의 파트너들과 적극적인 협업으로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를 선도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돕는 세계적인 디지털 헬스기업으로 나아가겠다.

-후배 창업자나 교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벤처기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민첩성, 애자일함,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한 번 움직였다가, 아니라면 다시 돌아오거나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양발을 모두 뜨거운 물에 담그기 전에, 한쪽 발로 먼저 테스트해보는 전략을 짜야 한다. 마크로젠 역시 젠톡을 통해 새로운 벤처기업으로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민첩성, 애자일함, 유연성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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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왼쪽)과 권건호 전자신문 벤처바이오부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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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 회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2017년까지 34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대 의학연구원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을 맡았다. 1997년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 유전체 의학 연구소를 모태로 마크로젠을 창업했다. 2018년 정년퇴임 후 현재 마크로젠 회장과 서울대 분당병원 석좌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자로서 총 180편 이상 SCI급 논문을 발표했다. 총 피인용횟수가 1만2000번을 넘는다.

마크로젠은 한국 최초 코스닥 상장 벤처로 시작했다. 160개국 1만 8000여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유럽,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해외 법인과 관계사(소마젠)를 두고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왔다. 마크로젠은 DTC뿐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해외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서비스 대상과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 회장은 2021년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수여하는 '제23회 관악대상',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진출 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장' 등을 수상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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