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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3년 내 1.4만명 감축···생존 위기에 몸집부터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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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감원 칼바람···고물가·고금리發 비용절감 사활

불확실성 증대에 지정학 위기 겹쳐

퀄컴, 캘리포니아서만 1200명 해고

웰스파고·골드만, 올 인력 5% 줄여

실질임금 하락에 곳곳서 파업 봇물

임금인상→물가 상승→긴축 부채질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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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에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까지 덮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치솟은 물가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기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도무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수요 둔화에 성장세가 꺾이며 기업들은 대대적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었지만 내년 전망 역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라는 또 다른 지정학적 변수도 추가된 상황이다. 사업 전반에서의 비용 절감에 내몰린 기업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것은 인력 조정이다.

이달 19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다음 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동결 의향을 내비치면서도 “여전히 물가가 높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3.7% 증가하며 상승 폭을 줄였지만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보다는 2배 가까이 높다.

고물가에 소비와 수요가 둔화하며 글로벌 기업들은 구조 조정에 나섰다. 세계경제의 침체로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수요가 떨어지면서 이달 핀란드 통신 업체 노키아는 2026년 말까지 1만 4000명의 감원을 예고했다. 노키아의 올해 3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고 순이익은 69% 급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도 이달 12일 “거시경제 및 수요 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구조 조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캘리포니아의 샌타클래라와 샌디에이고 사무소 2곳에서 약 1258명의 해고 계획을 밝혔다. 퀄컴은 주요 성장 동력 및 사업 다각화 투자가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구조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구글도 향후 글로벌 채용 조직에서 인력을 해고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올해 1월부터 원가 절감 모드를 유지하며 정규직 노동자의 6%에 해당하는 1만 2000명을 이미 감축한 구글이지만 세계경기 불확실성 증대에 추가 인력 감원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존의 기로에서 몸집 줄이기 전략을 택한 것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미국 5대 대형은행은 올해 들어 2만 명을 해고했다.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는 올해 각각 인력의 5%를 줄였고 씨티그룹은 7000명을 내보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늘어난 자금 조달 비용으로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대출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현재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를 돌파하며 상환 부담에 주담대 수요는 뚝 떨어졌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 발표에 따르면 이달 셋 째주 주택담보대출 신청지수는 전주보다 6.9% 하락한 166.9로 1995년 5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대형은행들의 인력 감축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유지 및 자본금 확보의 목적으로 읽힌다. 투자 자문 기업 재니몽고메리스콧의 크리스 매리낵 리서치디렉터는 “경기 상황이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은행들은 가능한 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많은 대출이 부실화함에 따라 충당금을 위한 자금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대출 부실 우려에 소비자 금융 비중을 줄이기 위해 자산관리사업부와 핀테크 대출 업체인 그린스카이 등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기업들이 고물가로 인한 수요 둔화 및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씨름하면서 경제학자들은 임금 상승 둔화를 예상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3(GM·포드·스텔란티스) 소속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시간당 실질임금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디트로이트 카지노 노조도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에 나섰다. 카지노 노조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합의한 계약으로 인해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가 20%나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3% 인상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시민 단체의 임금 인상 요구에 캐나다 6개 주 정부도 이달 시간당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로써 캐나다 최대 주인 온타리오주의 법정 최저시급은 16.55캐나다달러(약 1만 6000원)로 올랐다.

하지만 실질임금 하락 보전을 위한 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들의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임금 보전 효과를 상쇄하고 오히려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캐나다 자영업자연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고용 부담이 가중돼 근로시간 단축이나 감원 압박에 처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백주연 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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