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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전치 9주인데 두달 만에 학폭위? 김승희 딸 사건 본 현장교사들도 "뭔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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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교사들 "공정성 의심" 진상 규명 목소리
경기교육청 사건 처리 적절성 여부 조사키로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김승희 의전비서관. 한국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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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의 초등학생 딸이 후배를 때려 '전치 9주' 상해를 입혔다는 의혹과 관련, 학폭 징계 처분이 지나치게 경미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을 자주 접하는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도 '솜방망이'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22일 경기도교육청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 한 초등학교의 3학년인 김 전 비서관의 딸은 올해 7월 10일과 17일 학교 화장실에서 같은 학교 2학년 여학생을 리코더와 주먹 등으로 여러 차례 때렸다. 피해 학생은 전치 9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사건 두 달이 지난 지난달 21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이달 5일 김 비서관 딸에 대해 출석정지 10일과 학급교체 등의 처분을 통보했다. 피해자 부모가 가해 학생과의 분리를 원하며 전학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 학폭 처리 절차에 따르면, 교육지원청은 학교로부터 심의위원회 개최 요구 공문을 접수한 날로부터 21일 내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학폭 사건을 많이 다룬 현장 교사들 사이에선 '적절하지 않은 처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기권의 한 고교 학생부장 교사는 “두 달 만에 학폭위가 열렸다는 것 자체가 학교 측이 사건을 유아무야 덮으려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벗기 어렵다”며 “서로 학년이 다른데 학급교체를 해봐야 피해 학생 입장에선 아무런 의미 없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경기권의 한 초교 ‘위(Wee)클래스’ 상담교사는 “전치 9주의 상해는 초등학교에서 굉장히 드문 중대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학년이 다른 가해학생의 학급교체는 누가 들어도 의미도 없고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 딸 사건보다 부상 정도가 약한 사건에서도 강제전학 조치가 나온 경우도 있다. 앞서 부산시교육청 해운대교육청은 2021년 동급생을 상대로 5,000원을 빼앗고, 수차례 폭행해 전치 3주의 피해를 입힌 중학생의 강제전학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2017년 충남의 한 고교에서는 폭언과 함께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학생이 강제전학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수원광교신도시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왼쪽) 전경. 경기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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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전치 9주면 심각한 폭력사건인데, 처분이 너무 경미하고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김 전 비서관의 직위 등 사건 외부 요인이 처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교사들은 학폭 심의 기준 중 ‘지속성’에서 점수가 낮게 나온 점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의 행위를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화해 등 5개 잣대로 평가하는데, 각 영역에서 0~4점(점수가 높을수록 심각)까지 점수를 주고 이를 합산해 조치를 결정한다. 총점 16점 이상이면 강제전학, 13~15점이면 학급교체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학폭위는 강제전학 기준점에서 1점 모자란 15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호 의원은 "일주일 새 2차례 유사한 폭력 행위가 이뤄졌는데도, '지속성'에서 점수가 낮았다는 것은 의문이다"고 문제 삼았다.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학폭 사건의 처리가 적절했는지를 점검하라고 관할 교육지원청에 지시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20일 국정감사 답변에서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가해 학생이 초등 저학년이기 때문에 가급적 교육적 해결을 해야 되는 교육적 책무도 있다"고 답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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