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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SNS 계정 털어 정보 유출하고 성희롱… 온라인으로 번진 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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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학폭 신고’ 4만3013건

사이버 학폭이 2095건 차지

사이버 공간 익명성 악용해

피해자 사칭한 모욕 글 게시

우울증·극단 선택 내몰기도

“가해자 짐작 땐 적극적 확인

담당 교사에 조사권 부여를”

고등학교 2학년인 A(17)양은 익명으로 운영되는 학교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이 쓰지도 않은 글들이 본인 이름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누군가를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개인 신상을 언급하며 모욕하는 글들이었다. 익명게시판 특성상 진짜 글쓴이인 가해자가 누군지는 찾을 수 없었다. 평소에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무리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A양은 일상에서의 괴롭힘과 함께 자신을 사칭해서 쓴 글로 인한 억울한 오해 등으로 극심한 우울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중학생인 B(14)양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정보를 자신을 괴롭히는 학생들에게 뺏겼다. 가해학생들은 B양의 SNS 가입 시 작성했던 휴대폰 번호, 생년월일, 메일 주소와 SNS 로그인 정보, 활동 내용 등을 모두 유출했다. 불특정 다수의 모르는 사람들이 B양 계정을 도용해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 B양은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지만 가해학생을 알아낼 수 없었다.

세계일보

집단구타, 따돌림 등으로 대표되던 학교폭력이 온라인으로 확장됐다.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학폭이 피해학생들의 삶의 영역에 더 깊숙이 침투했다. 괴롭힘의 공간이 온라인상으로까지 확산하는 만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117학폭 신고는 4만3013건이었다. 이 중 사이버학폭 관련 사건은 2095건이었다. 코로나19 발생 후 2020년 급감했던 전체 학폭 신고접수 현황은 올해까지 다시 꾸준한 증가세다. 사이버학폭의 경우에는 2015년부터 신고접수 현황을 관리한 이래 연도별 차이가 미미할 만큼 학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21년까지 3000건대에서 지난해 2095건으로 감소했으나 올해는 지난달까지 1975건이 접수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푸른나무재단이 전국 초·중·고교생 7242명을 설문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493명(6.8%)으로 이들은 평균 3.8개 유형의 폭력을 중복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력과 사이버폭력, 성폭력, 협박·공갈 등을 혼재해 겪는 식이다. 특히 학폭 경험이 있다는 학생의 98%는 ‘사이버학폭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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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 사례처럼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 학폭 피해학생을 사칭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가해학생은 익명성 뒤로 숨고, 가해자의 다른 학교 친구가 글을 작성하는 경우까지 있다. SNS 정보 유출 또한 작성자의 실명이 드러나지 않고 해당 플랫폼 기업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 가해학생을 찾기 어렵다. 푸른나무재단은 “오히려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학폭은 빠르게 퍼져 나가는 확산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어지는 지속성, 잠깐 게시됐다가 사라지는 일시성과 함께 어디까지 유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영원히 남기도 하는 영구성이 있어 피해학생에게 정신적으로 더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다. 한아름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학교 학교폭력위원회가 해결하기 어려운 범죄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증거인멸 위험이 있어서 빨리 수사 기관에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는 담당 교사에게 조사권을 부여하고 이런 업무를 할 때는 면책 규정을 둬야 선생님도 인권침해 부담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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