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아직 제대로 된 답 듣지 못해"…특별 조사 요구
사고현장 지나는 시민들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영국 BBC 방송이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 생존자와 유족들을 조명했다.
작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159명이 희생됐다.
BBC는 26일 "당국의 잘못이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생존자들과 유족들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사 생존자인 A씨는 당시 인파가 자신을 덮치면서 바닥으로 넘어졌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를 누르는 압력이 너무 높아서 다리 근육이 파열·마비됐고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여전히 그는 갇혀있었고 사방에서는 비명이 들렸다.
A씨는 "사람들이 '도와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외쳤고 클럽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제발 죽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어머니, 여동생과 서울을 방문 중이었다.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에 흥미를 느껴 가보기로 했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당시 이미 골목길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동생에게 탈출하라고 한 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남아있었던 그는 구조대원이 왔을 때 어머니를 군중 사이의 틈으로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이후 여동생을 찾기 위해 거리와 병원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여동생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때 세상이 무너져내렸다"며 "처음에는 집 밖을 나갈 수조차 없었다. 밤에 너무 무서워졌고 작은 소리에도 마비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여자친구, 절친한 친구와 함께 있다가 둘을 모두 잃은 뒤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C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참사 이후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밝고 말이 많았지만, 그 후로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방에 혼자 앉아있었고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참사 당일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유가족들은 현재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이 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특별법에는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특별검사(특검) 수사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6명의 핵심 피고인은 불구속 상태에서 9개월 넘게 재판받고 있다.
B씨는 BBC에 "그들(정부)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는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제공하는 트라우마 상담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정부를 별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가는 것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오래 서 있는 경우 오른쪽 다리에 약간의 통증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복됐고 초기 트라우마도 가라앉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희생자들과 그들이 남기고 간 사람 때문에 슬프다"며 "항상 참사 현장에 들러 '우리 생존자들이 당신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를 묻곤 한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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