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부 버튼 누르던 아들의 뜻”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신한철씨(당시 27세·사진)의 유족이 고인의 모교에 조의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부금 기탁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신씨의 조의금으로 모인 8791만5000원은 서울발산초등학교와 신월중학교, 광영고등학교에 전달된다.
신씨는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사진을 함께 찍자는 행인의 제안에 응했다가 함께 간 지인들과 멀어졌고, 이후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누나 신나라씨(35)는 “신을 찾다가도, 신을 원망하다가도, 다시 신에게 비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유족은 “기부는 아들의 뜻이자 꿈”이라고 밝혔다. 아버지 신현국씨(64)는 “(한철이는) 방송에 어려운 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ARS(자동응답전화)를 통한 기부 안내가 나오면, 꼭 버튼을 누르곤 했다”며 “기부는 한철이의 뜻”이라고 했다. 어머니 송선자씨(61)도 “아들은 많지는 않지만 매달 3만원씩 강서구 장애인 일터에 기부를 하고 있었다”며 “장애인 일터는 (한철이가) 초등학교 때인가 체험학습을 했던 곳인데, (이태원 참사 이후) 통장을 찍어보니 7년3개월을 기부하고 있었다. 기부는 아들의 꿈”이라고 했다.
유족은 서울시교육청에 “항상 행복하고 힘차게 살자 했던 아들. 왜 집에 안 오는 거야. 지금도 친구 만나고 있니. 잊지 않고 기억할게. 우리 아들 사랑해”라고 쓴 기부약정서를 보냈다. 신현국씨는 서울시교육청에 “결식아동이나 저소득 가정 등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인은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뒤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다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엔터테인먼트경영 전공)에 재학 중이었다. 그의 일기장에는 “영화 <비긴 어게인>에 나온 여주인공이 부른 ‘텔 미 이프 유 워너 고 홈’을 듣고 있으면, 항상 뉴욕에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어떤 누군가’가 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해주는, 그런 가수와 앨범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쓰여 있었다.
27일 기부금 기탁식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해 유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족의 뜻을 받들어 기부금 중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고 신한철씨가 자신에게 온 조의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이는 걸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나만의 뉴스레터 만들어 보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