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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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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토크]'윈텔' 균열 만든 MS의 큰그림…'ARM칩 기반 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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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윈도우즈 포 ARM'이 길 개척해

40여년 함께 한 '윈텔' 동맹에도 균열

ARM 약진, 인텔 지배력 서서히 약화

엔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 대기업이 영국 ARM 설계 기반 PC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을 선언하면서 주목받았습니다. ARM의 반도체 설계는 이미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서버 시장에 진출했으나 PC는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PC 컴퓨터 칩은 오래전부터 인텔과 AMD, X86 명령어처리세트(ISA) 기반 CPU가 장악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인텔의 독점력이 여전히 공고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ARM CPU의 '홍수'가 시작된 뒷배경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있습니다.

ARM PC 칩 발단된 건 다름 아닌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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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홀딩스 로고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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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CPU를 제작하려면 한 가지 거대한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날 지구상 거의 모든 CPU는 MS의 윈도우 운영체제(OS)하에서 구동된다는 겁니다.

당연히 수십 년 전부터 PC CPU 시장을 장악한 인텔의 X86 ISA 기반 CPU들은 윈도우 환경에 이미 최적화됐습니다. 윈도우에서 작동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인텔 CPU를 기준으로 짜입니다.

반면 ARM ISA 기반 칩이 윈도우에서 제대로 돌아가려면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조정할 때까지 상당한 노력과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겁니다.

이 때문에 ARM이 PC 시장에 진출한다는 건 그동안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MS는 2017년 처음으로 '탈(脫) 인텔' 프로젝트에 시동을 겁니다. 바로 '윈도우즈 온 암(Windows on ARM)', 즉 ARM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윈도우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한 겁니다.

ARM의 약진, 40년 윈텔 동맹에 균열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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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CPU,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OS는 1980년대 IBM을 밀어내고 글로벌 PC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두 기업의 동맹 관계를 '윈텔(Wintel)'이라 일컫는다. [이미지출처=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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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S는 막대한 재원을 들여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했을까요. 아무리 노력한들 수십년간 인텔을 기준으로 짜 맞춰진 레거시(과거부터 쌓여온 소프트웨어들)를 모두 대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데 말입니다.

이는 MS와 인텔, 두 기업의 교묘한 협력·경쟁 관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두 기업은 1980년대 초 하드웨어는 인텔이, 소프트웨어는 MS가 맡으며 PC 시장의 새 표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윈도우와 인텔을 합쳐 '윈텔(Wintel)'이라 칭했지요.

하지만 21세기 초 ARM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 표준으로 떠오르고, 반대로 인텔은 PC와 서버에만 머무르면서 점차 균열이 시작됩니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이후엔 ARM도 데이터센터 칩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게다가 ARM 기반 CPU는 이제 성능 측면에서도 인텔, AMD의 칩들과 차이를 좁히고 있습니다. 이는 애플이 맥북용으로 개발한 M1, M2 시리즈의 괄목할 만한 성능으로 증명됐습니다.

이미 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의 데이터센터 칩에 인텔제 대신 ARM 기반 칩을 사용하기로 2020년 선언했습니다. 흔들리는 인텔 제국과 불안한 동맹 관계를 굳이 유지하진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모바일, 서버, PC까지? …넓어져만 가는 ARM 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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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ARM이 공개한 DSU-120. 최대 14개의 CPU 코어 배열을 지원하는 기술로, 이는 ARM이 모바일 칩을 넘어 PC 시장까지 염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지출처=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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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테크 업계의 이목은 ARM에 쏠립니다. 이미 ARM은 PC용 하이엔드 칩을 염두에 둔 여러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올해 5월, ARM은 차세대 CPU 코어 디자인인 코어텍스 X4(Cortex X4), 그리고 CPU 클러스터 기술인 DSU-120(DymaIQ Shared Unit-120)을 공개했습니다.

코어텍스 X4는 스마트폰 이상의 성능을 요구하는 환경에 안성맞춤인 고성능 코어입니다. 한편, DSU-120은 ARM의 코어를 최대 14개 묶어 '대형 칩'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6~8개의 코어를 배열해 만듭니다. 이를 14개까지 확장했다는 건 PC 등 고성능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PC 칩 고객들을 노렸다는 뜻입니다.

이미 ARM의 디자인으로 CPU를 개발해 온 퀄컴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스냅드래곤 서밋 2023'에서 PC용 칩인 '스냅드래곤 X엘리트'를 공개했습니다. 인텔 i9-13980HX급 고성능 PC 칩을 경쟁 상대로 표명한 칩입니다.

이미 서버 CPU에서 ARM 디자인을 사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도 ARM PC 칩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윈텔 구성원 장본인인 MS는 이미 자사 태블릿 '서피스'에 인텔 대신 ARM 칩을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물론, ARM 칩은 지금 당장 인텔의 공고한 시장 지배력을 해체하진 못할 겁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수십 년 윈텔 동맹으로 켜켜이 쌓인 레거시는 여전히 ARM에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ARM이 단순히 모바일 프로세서를 넘어 서버와 자동차 시장, 심지어 아무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PC 시장까지 포위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입니다. ARM의 경제적 해자(Moat·기업의 산업 경쟁 우위 유지 능력)가 과연 인텔을 넘어설 만큼 넓고도 깊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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