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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생후 한달 영아 병원 치료 중 사망…대법 “심리 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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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과실 有’ 결론 낸 2심 파기 환송

생후 37일만에 병원 치료를 받다 숨진 영아의 부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대법원이 “의료진 과실 탓인지 입증이 부족하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이 사건은 2016년 1월 7일 오후 11시쯤 기침 증세를 보인 영아 A양이 병원 응급실을 찾으며 시작됐다. A양의 진단 병명은 영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인 ‘급성 세기관지염’이었다. 의료진은 약물 치료를 하기로 한 뒤 A양을 퇴원시켰다.

하지만 A양은 호흡곤란 등 상태가 악화하면서 다음날 오전 11시 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았고, 의료진은 A양에게서 아데노바이러스 등을 검출했다. 이후 의료진은 A양에게 심장 마사지와 기관 삽관 등을 실시했다. A양은 호흡 불안과 안정 상태를 반복하다가 그달 11일에 끝내 사망했다.

그러자 A양이 의료진의 불필요한 기관 삽관과 과실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며 그해 11월 병원을 상대로 5억3000만원의 손해배상과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양이 숨진 당일에는 움직임이 양호했고, 산소포화도가 95%로 안정 상태였는데 의료진이 무리한 조치를 했다는 것이었다.

1심 법원은 A양 가족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 결론은 2심 법원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병원 측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병원 측이 2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당초 충분한 깊이의 기도삽관과 그 위치 표시를 잘 유지하지 못했다”며 “또 튜브를 빠지게 하거나 빠진 튜브를 제때 기도에 다시 삽관하지 못해 A양에게 적절한 산소공급을 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진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의료진의 과실이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더라도 그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기관 내 튜브의 발관(튜브를 빼내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으로 A양의 산소포화도 저하에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양의 폐 상태의 악화 등에 따른 기흉이 (사망의)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기관 내 튜브가 발관(튜브를 빼내는 일) 등의 이유로 영아에게 적절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고, 여기에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했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에 있어서 과실과 인과 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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