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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일회용품 규제 앞두고...자영업자 “고물가·인력난도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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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부터 식당·카페 등 사용금지

자영업자 “규제 현실적인지 살펴달라”

뒤죽박죽 정책에 소비자도 곳곳 혼란

다음달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처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식당과 편의점,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화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1년간 계도기간이 설정돼 작년에 추가 시행된 조처들에 대해서는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았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 봉투 판매가 중단되고, 소비자가 종량제·종이봉투나 다회용 부직포 쇼핑백 등을 구매해 써야 한다. 카페와 식당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스틱(젓는 막대) 사용을 새로 금지했다. 다음달 24일부턴 이를 어길 경우 사업주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자영업자들은 고물가와 인력난을 이유로 계도기간 연장에 이어 규제 조처 철회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48) 씨는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되면 인건비와 식기세척비 등이 걱정된다”며 “연장을 꼭 했으면 좋겠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폐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정부가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합리적인지, 현실적인지 꼼꼼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지으며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일회용품 규제를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송모(25) 씨는 “손님이 가져가서 마신다고 해서 일회용 컵에 드렸는데 테라스에 앉아서 마시는 것을 다른 매장이 보고 신고한 적도 있다”며 “매장용 컵으로 바꿔 드리면 다시 와서 일회용 컵에 담아 달라고도 하곤 해 일회용 컵을 두 번 써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박모(27) 씨는 “음식을 시켜먹을 때는 별도 포장비가 없었는데, 남은 음식을 포장할 때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며 “편의점 젓가락도 즉석 식품은 안 되고 라면은 써도 된다고 해서 무슨 기준으로 만든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1000원 내외로 커피를 파는 저가 커피 전문점 같은 경우, 플라스틱 빨대는 개당 10원이지만, 35~45원씩 드는 종이빨대를 이용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라며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식당 운영을 혼자 하는 자영업자들은 다회용기를 쓰게 될 경우 용기를 회수해서 씻고 소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서도 일회용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나 일부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유럽 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가장 많이 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2021년 1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을 제정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빨대와 식기류 등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호주는 작년 11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수저류 등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지만 ‘장애 또는 의학적 필요에 의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예외’로 두었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우리나라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 컵 연간 소비량은 2017년 65개에서 2020년 102개로 4년 사이 56.9%가 증가했다. 이런 증가 추세만 봐도 보다 적극적인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연장 검토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맡기는 방안은 환경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퇴보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정목희·김빛나 기자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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