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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일본 안의 ‘작은 브라질’…‘자녀교육’까지 챙긴다[저출산 0.7의 경고-일본 이민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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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계 외국인학교 ‘에스콜라 알칸세’ 가보니

3~19세 외국인 학생 112명 재학

브라질 정부 공식 학교로 인정

교육 공백 막고 본국 정체성 유지

미취학 외국인 아동 제로 작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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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방문한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남미계 외국인학교 ‘에스코라 알칸세’.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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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방문한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남미계 외국인학교 ‘에스콜라 알칸세’. 고등학교 연령 학생들이 생물 수업을 듣고 있다.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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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시즈오카)=박지영·안세연 기자] “포르 파보르 아브라 솔리브로(Por favor abra seu livro).”

지난달 11일 찾은 일본 시즈오카현 도미쓰카마을. 호수를 둘러싼 벚꽃공원으로 유명한 마을의 한 학교에서 일본어가 아닌 낯선 나라의 언어가 울려 퍼진다. “책을 펼쳐주세요”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다. 7명의 학생이 자세를 고쳐앉고 교과서를 펼치자 지난 시간에 이어 진핵생물에 관한 수업이 시작됐다. 일본 안의 ‘작은 브라질’인 이곳은 바로 남미계 외국인학교 ‘에스콜라 알칸세(Escola Alcance)’다.

총 3개층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세 살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112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1층엔 초등학교 진학 이전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일종의 돌봄교실이 있다. 2층과 3층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연령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

일본 안에는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교육을 고민한 끝에 만든 외국인학교가 곳곳에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본국 정체성을 가르치는 외국인학교를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돕는다. 교육비를 지원하고 일본어 전문교사를 파견해 지역사회 적응을 유도한다. 어떤 어린이도, 청소년도 교육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다문화 공생 정책의 일환이다.

“외국인 자녀 소외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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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시마 마루세디 ‘에스콜라 알칸세’ 이사장이 지난달 1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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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콜라알칸세는 2004년 세워졌다. 현재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나카시마 마루세디(36) 이사장의 모친이 세웠다. 에스콜라알칸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만 250명 정도로, 중간에 일본 학교에 들어가거나 본국으로 돌아간 경우까지 합하면 누적 학생 수는 이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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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콜라알칸세의 역할은 두 가지다. 먼저 외국인 근로자 자녀교육의 장(場)이다. 일본은 초등학교(6년)와 중학교(3년)가 의무교육이지만 이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가 적지 않았다. 외국인 자녀의 따돌림 문제도 설립 이유가 됐다.

나카시마 이사장은 “부모를 따라 일본에 온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들이 일본어 부족, 문화 이해의 어려움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2007년 브라질 정부로부터 공식 학교로 인가받아 브라질 정규교육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콜라알칸세는 현재 일본 정부 인정 학교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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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방문한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남미계 외국인학교 ‘에스콜라 알칸세’의 중학교 교실에 들어가자 학생들이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다.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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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일본 안에 있어도 브라질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카시마 이사장은 “졸업 학생 중 절반은 일본에 남고, 절반은 브라질로 돌아간다. 브라질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정체성을 가르쳐주기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등학생 연령 학생들이 수업 중인 한 교실에 들어가자 교실 안의 7명 중 3명의 학생이 브라질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일본에 온 지 6년째라는 이사벨라 양은 “일본 수업보다 브라질 수업이 더 흥미롭다. 브라질에 돌아가 대학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청 ‘미취학 아동 제로(zero) 작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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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육부인 문부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안에는 에스콜라알칸세와 같은 외국인학교가 총 127개 존재한다. 1990년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입관법) 개정 이후 일본계 남미인이 대거 일본으로 유입되면서 생긴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학교를 인정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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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시청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에스콜라알칸세가 있는 하마마쓰시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외국인 자녀 미취학 제로(zero) 작전’도 진행 중이다. 정주 외국인 자녀를 대상으로 한 취학촉진사업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전입신고 시 취학 관련 안내를 하고 2개월마다 전입자, 학령기 아동, 공립 초·중학교와 외국인 학교 퇴학자 대상 조사와 면담을 실시한다. 하마마쓰시 교육위원회의 학령부 시스템 등과 대조해 교육 시스템에서 제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꾸준히 노력 중이다. 시에는 올해 기준 1888명의 외국인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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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문한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남미계 외국인학교 ‘에스콜라 알칸세’. 현재 11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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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교육’도 지자체가 담당한다. 시즈오카현청으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비영리단체(NPO) 소속 일본어 교사가 일주일에 2시간씩 에스콜라알칸세에서 일본어를 가르친다. 정부 차원의 취학지원금도 있다. 일본이 초·중·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애초 외국인학교는 제외됐으나 조건을 충족한 40여개 외국인학교에 한해 지원금을 주고 있다.

나카시마 이사장은 “일본에서 계속 거주할 예정이라면 일본 학교에 다니는 게 낫다. 하지만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거나 적응 문제를 겪고 있다면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며 “다문화 공생이라는 관점에서 두 학교가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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