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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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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도 못하고 규제·질타만…또 다른 뇌관된 카카오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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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독점 횡포' 질타에

'수수료 개편' 카드 꺼냈지만

뾰족한 수 없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카카오그룹의 위기 뇌관으로 떠올랐다. 분식회계, 비가맹 택시 차별, 스타트업 기술 갈취 등으로 정부의 집중포화를 받는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독점 횡포'를 질타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으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지만 매각이나 상장까지 막혀 사실상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조만간 택시단체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수수료 체계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택시 사업을 독점적 횡포라고 꼬집으면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약탈적 가격"이라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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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당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주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스타트업 화물맨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회계조사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회사가 사실상 택시호출앱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풀', '스마트호출' 등 새 수익모델을 도입할 때마다 '독점기업의 갑질'이라는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혔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정치권 질타도 쏟아졌다.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내부 반발로 철회했다.

다른 선택지는 기업공개(IPO)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상장 압박을 받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지만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최근 분식회계 의혹으로 불투명해졌다. 상장 절차에 돌입하려면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론이 나와야 한다. 금감원 감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의결까지 가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악재가 쌓이는 사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은 나빠졌다. 지난해 매출은 7915억원, 당기순손실은 277억원이다. 매출이 커지고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탓에 적자로 돌아섰다. 과징금을 빼고 보더라도 영업이익은 거의 늘지 않았다. 대리 호출과 주차장 사업을 제외하면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업계가 요구하는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수수료 인하가 현실적인 방안인데 택시업계는 이보다 수수료 체계 자체나 매출 산정 방식, 배차 알고리즘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분식회계 의혹도 택시업계의 불만에서 시작된 것이다. 택시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았다가 되돌려주는 회계 처리 방식 때문에 운행 매출이 부풀려져 세금 부담만 커졌다는 것이다. 업계나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중개사업(일반호출)과 가맹사업(블루호출)의 분리나 배회 영업에 대한 수수료 폐지 등은 현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구조를 흔드는 것이어서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사업자들 사이의 의견차가 큰 것도 걸림돌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최근 제기된 여러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간담회를 통해 택시 기사, 승객, 정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모두가 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편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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