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1% 오른 2,343.12로 마감했다. 원화값은 전일보다 14.4원 오른(환율 하락) 1,342.9원으로 마쳤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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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 증시에 간만에 제대로 볕이 들었다. 코스피는 2% 가까이 오르고, 코스닥은 4.55% 날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비둘기(통화완화) 색채를 띠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면서다. 시장 전문가들이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산적한 대내외 불확실성 중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가 해소되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1% 오른 2343.12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2727억원)과 외국인 투자자(1404억원)의 ‘쌍끌이 순매수’ 영향이다. 개인투자자는 홀로 4369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최근 내리막길을 걸었던 코스닥은 수직상승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날보다 4.55% 치솟은 772.84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최대 상승 폭이다.
이날 시가총액(이하 시총) 상위 종목은 대부분 빨간불(상승세)을 켰다. 코스피 시총 10개 종목 중 포스코홀딩스(6.21%)가 가장 크게 올랐다. 삼성SDI(5.99%)와 LG화학(5.68%), SK하이닉스(4.16%) 등 2차전지 관련주와 반도체주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에선 2차전지 대표주자인 에코프로비엠(15.06%)과 에코프로(8.71%)등 에코프로 형제주가 급등했다.
신재민 기자 |
국내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강세를 띠었다. 대만 가권 지수는 전날보다 2.23% 오른 1만6396.95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1%)와 홍콩 항셍지수(0.75%)도 오름세로 마감했다.
이날 한국을 비롯 아시아 증시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이달 ‘비둘기’ 색채가 짙어진 FOMC 영향이다. Fed는 1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지난 7월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동결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결정보다 파월 Fed 의장이 처음으로 ‘금융 여건’을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파월은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장기 채권 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며 “금융 여건의 지속적인 변화는 통화 정책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파월의 언급을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통화 긴축 효과로 나타나며, Fed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 투자은행(IB)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끝났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올해 마지막인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긴축 우려가 해소되자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가는 올랐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734%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만에 0.2%포인트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4% 뛰었고, S&P500(1.05%)과 다우존스 지수(0.67%)도 동반 상승했다.
Fed가 긴축 페달에서 일단 발을 떼는 듯하면서 국내 증시도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비둘기 색채를 띤 파월의 발언으로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추가 긴축이 부담이 해소되고, (미국의) 국채 금리가 급락한 게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긴축 불확실성만 해소됐을 뿐 고금리 장기화 우려는 물론 중국의 부동산 침체 위기, 중동 전쟁 확산 가능성 등 대내외 악재가 여전히 쌓여 있어서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고금리 장기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장기 채권 금리는 Fed의 통화 정책보다 바이든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의 영향을 받는다”며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면 장기 국채 금리는 다시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더라도 5%대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여기에 중국과 유럽의 경기 불안, 중동전쟁 확산 우려 등이 겹치면 달러 강세가 되살아나면서 국내 금융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원화값은 달러 약세로 하루 사이 15원 가까이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4.4원 오른(환율 하락) 1342.9원에 거래를 마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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