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병합하게 되면, 설혹 한 사건의 심리가 일찍 끝나더라도 다른 사건과 한꺼번에 선고 결과를 내야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사건을 병합하면 재판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건과 관련한 다수의 증인이 출석하기 때문이다.
재판이 지연되면 이 대표는 남아있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 등 남아있는 정치 일정 소화할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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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측, “형법상 가중주의 원칙에 따라 사건 병합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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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함께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기소 4년7개월만인 지난 9월에야 1심 재판을 마쳤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의 출석증인이 연인원 101명에 달했다. 혐의가 양 전 대법원장보다 많은 이 대표 재판 역시 기록적인 장기재판이 될 소지가 있다.
검찰은 위증교사 사건의 병합을 막는데 힘을 쏟고있다. 위증교사(5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 범죄의 경우 구조가 간단해 결과를 빨리 낼 수 있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만 선고돼도 형법 규정에 따라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검찰은 위증교사 사건은 대장동·위례·백현동 등 일련의 개발 특혜 의혹들과는 사건 구조가 다르다는 명분으로 별도 재판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형사합의33부가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외에 위증교사 사건마저 병합할지는 아직 미확정이다. 그러나 위증교사 사건을 검찰이 애초에 신속한 재판을 노리고 단독 재판부에 배당할 수 있는 형태로 분리 기소 사건으로 접수했는데도, 서울중앙지법이 이 대표 사건이 몰려있는 형사합의33부에 배당한 건 검찰 입장에선 위험 신호다. 지난달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위증교사 사건을 형사합의33부에 배당한 것을 두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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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발부 위한 檢 전략, 재판 병목현상 원인됐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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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에게 ‘병합심리 요청라는 반격 카드를 쥐어주게된 원인을 두고 검찰의 수사와 재판전략이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애초 이 대표의 구속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데 수사 일정을 맞췄다.지난 2월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을 묶어서, 지난 9월 백현동·쌍방울 대북송금·위증교사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성격의 범죄인 배임(대장동·위례·백현동)과 제3자 뇌물(성남FC·쌍방울 대북송금)을 인위적으로 묶어서 처리하게 되고, 실제 기소시에는 한 재판부에 판이한 성격의 사건이 여러 개가 배당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배임은 배임끼리, 제3자뇌물은 제3자뇌물끼리 묶어서 기소하는 게 재판부의 신속한 재판을 위한 기소 전략이었지만, 애초에 구속을 목표로 상이한 범죄를 묶다보니 기소 시점에선 막상 스텝이 꼬였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구속영장청구와 기소를 했어야한다는 사후 강평도 나오고 있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서 수사 진행 정도와 관계자들 재판 관할에 따라 나눠서 순차적으로 영장청구와 기소를 했다면 재판을 빠르게 진행 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지적에 대해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부정적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대검 국정감사 때 혐의별로 나눠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했다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지적에 “(쪼개기 영장을 했다면) 꼼수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제가 비난받았을 것”이라며 “정공법으로 있는 사건을 모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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