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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국민이 보험료도 내고 이자도 내주는 국민연금의 역설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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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정부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자세한 건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게 계획(안)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스쿠프가 그 논의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보려 합니다. 국민연금 향한 질문 별전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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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국회와 함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수준을 결정해나갈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이번 계획(안)을 통해 다양한 개선과제를 제시했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종사자의 가입 확대, 경제활동을 하는 연금수급자의 연금액 감액 제도 폐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ㆍ군복무 크레딧 확대와 국고 지원 확대, 인구ㆍ경제여건 변화 대응을 위한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또는 확정기여방식(DCㆍ가입자의 보험료를 개별 연금계좌에 적립하고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라 연금수급액이 달라지는 방식) 전환 논의,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한 연령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기금운용 1%포인트 이상 개선, 기초연금 기준연금액 단계적 인상 등이 대표적입니다.

쉽게 말해 정부는 '이런 것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전반적으로 논의를 해보자'고 말한 겁니다.

언뜻 논의할 만한 주제가 많은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번 계획(안)은 정부가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에서 만들었는데, 정작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내용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회에 공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과연 정부와 국회는 '알맹이 빠진' 계획안을 두고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가 전문가 대담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큰 틀에서 한번 다뤄봤습니다.

대담엔 이정우 전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와 「내일 국민연금이 없어진다면?」의 저자인 이승민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이정우 전 교수는 유럽(독일과 북유럽 등)의 연금제도를 벤치마킹하자는 입장을 견지하는 학자입니다.

이승민 작가의 입장은 'DC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든가 그게 어렵다면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을 각자의 국민 계좌에 넣어 준 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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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이정우 교수(이하 이 교수) : "신뢰 회복이죠."

기자 : "재정고갈 문제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건가요?"

이승민 작가(이하 이 작가) : "저도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국민연금이 신뢰를 잃으면서 보험료 납부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게 재정고갈보다 더 큰 문제인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자 : "불신의 배경을 뭐라고 보시는지요?"

이 교수 :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정계산만 해도 그렇습니다. 연금재정이 위기라고들 하는데 어떤 상황을 위기라고 하는 건지, 위기의 정의가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위기가 아닌 건지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어요. 얼마를 쌓아야 안정적인지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기금을 많이 쌓아야 한답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수십년 후의 총 보험료와 총 연금수급액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게 연금재정 위기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조차 밝힌 바 없어요. 비과학의 전형입니다."

이 작가 : "정확히 말하면 국가가 국민연금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연금의 가장 큰 혜택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가 받고 있어요. 정부는 세금으로 해야 할 사회기반시설 조성을 '기금'으로 하기 일쑤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총 기금의 13%가량을 국채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연금공단은 정부로부터 채권 이자를 받지만, 그 이자는 연금수급자인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죠. 정부는 세금 저항 없이 돈을 쉽게 빌려 쓰고, 막대한 이자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거죠. 실제 거짓말도 했어요."

기자 : "어떤 거짓말이죠?"

이 작가 : "국민연금은 엄연한 공적보험인데, 공단은 연금을 '저축'이라 홍보했습니다. 과거 공단 홍보영상에 직접적으로 '저축'이란 말이 나오는데, 그 영상이 지금도 공단 홈페이지에 버젓이 있어요. 그러니 사람들이 기금이 고갈한다는 말을 들으면 저축이 없어진다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당연히 기금을 더 쌓을 명분이 생기는데, 이를 통해 정부는 더 많은 기금을 세금 대신 끌어 쓸 수 있죠. 철저히 계산된 일이에요."

이 교수 : "대놓고 사기라고 표현하는 건 좀 그렇지만, 이 작가님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외에도 공단은 기금운용 수익률을 얘기하지만 그건 수익금 회수를 통한 실질 수익률이 아니라 자산 가치를 평가한 것에 불과합니다. 나중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할 때 공개된 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한다면 절대 공단이 말하는 수익률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역시 거짓말이죠."

기자 : "두분 모두 정부와 공단의 거짓말, 정보의 왜곡, 불투명성 등이 국민연금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그럼 그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이 교수 :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은 구조적으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사업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관합니다. 기금운용위원회에는 5개 부처(기획재정부ㆍ농림축산식품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고용노동부) 장관, 연금공단이사장, 보건복지부 장관(위원장)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죠. 정부가 휘어잡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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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 "맞습니다. 막대한 기금을 두고, 이를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우리나라뿐입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기금을 두지 않거나, 기금을 두고 있다면 독립된 기구나 민간이 운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금을 두고 있으면서 정부가 운용해요. 이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 놓고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서 개혁을 하겠대요. 그럼 잘못을 시인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어요. 생선을 맡긴 것도 모자라 칼까지 쥐여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개혁이 제대로 될 리 있겠어요?"

기자 : "결국 국민연금 개혁이란 정부의 입김 배제와 투명한 정보의 제공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건가요?"

이 교수 : "하지만 재정안정화 얘기만 할 뿐, 진짜 문제를 누구도 얘기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이 작가 : "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거라 봅니다."

<국민연금 향한 질문 別傳 4편에서 계속>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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