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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수읽기로 끝난 첫 번째 재판
- '누가, 얼마나 더 말할 것인가'로 논쟁…80분 만에 종료
- 이재명 대표 "정진상과 포옹 한 번만 하게 해달라"
● 본격 공방 시작된 두 번째 재판
- 검찰 "대장동 사업 5천억 원 이익 환수했다는 건 3대 거짓말"
- 이재명 대표 "제가 공산당은 아니지 않나…검찰 논리는 사회주의 국가 논리"
-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두 번째 재판…'재판 리스크' 시작?
구속영장 기각 10일 만에 다시 법정으로
'백현동·대북송금·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10일 만인 지난달 6일, 파란색 넥타이, 남색 양복을 입은 이재명 대표가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8개월 만에 열리는 '위례·대장동·성남FC 사건'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섭니다.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중이었던 이 대표는 이날도 병원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법정을 향해 걸어 들어갔습니다. 지지자들을 향해선 꾸벅, 고개를 숙였습니다.
수읽기로 끝난 첫 재판 80분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전 정무조정실장이 법정에 착석하자 법정 안에는 몇 초간 적막감이 흘렀습니다. 모두 재판부를 바라봤습니다. 앞으로 제1야당 대표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오늘은 재판을 얼마 동안 진행할지 궁금했을 겁니다.
"기일 변경 요청하셨는데 재판을 조금이라도 진행해야 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먼저 입장을 밝혔습니다. 며칠 전 재판을 늦춰달라고 한 이 대표 측 의견서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 측은 이날은 최소한의 절차만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단식으로 근육이 소실돼 앉아있는 것도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가 최근 SNS 활동을 한 걸 봐서는 재판을 진행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위례·대장동·성남FC 사건의 공소사실 발표를 위해 PPT 500쪽, 4시간 분량을 준비했습니다.
재판부는 단호했습니다. 검찰 측 의견 발표를 '시작'이라도 하자고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8개월간 시작도 못한 이 대표 재판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겁니다.
● 이 대표 측 "대장동, 위례, 성남FC '건마다' 반박하겠다"
검찰은 20분 만에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의 공소사실을 읊었습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눈을 감고 허공을 바라봤습니다. 그 다음부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검찰 발표 후 시간이 조금 남자 이 대표 측은 갑자기 의견을 밝히겠다고 나섰습니다. "반박 의견을 개진하는 게 '공방'이 이뤄져 더 좋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에 "30분이면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검찰은 검찰의 입장이 있었습니다. 만약 30분을 더 할 수 있다면 대장동 특혜와 관련한 검찰 측 의견을 더 말하겠다는 겁니다.
분량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후 나갈 기사를 염려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의 발표 후 재판이 바로 끝나면 그날 언론 기사에는 검찰 측 논리만 담기게 될 텐데, 이 대표 측이 그걸 우려해서란 겁니다. 통상 재판에선 검찰이 공소사실을 밝히면 이후 피고인 측이 의견을 밝힙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하나 하고 반박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원래대로 하자고 검찰 손을 들어줬습니다.
● 이 대표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 재판은 검찰 측 의견만 듣고 마무리되는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나섰습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7분간 직접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민간 업자들이 원하는 바들을 단 한 개도 들어준 게 없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에 대한 억울함도 토로했습니다. "재판장님, 많이 살펴주시겠지만 세상에 저에 대한 수사가 계속됩니다만 몇 년째 하는 겁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또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 "정진상과 포옹 한 번 하게 해주세요"
발언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대표는 갑자기 옆에 앉은 정 전 실장을 안고 싶다며 '신체 접촉 허가'를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먼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다 올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이때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습니다. 이 대표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요청을 들어줬고 재판이 끝나자 이 대표는 정 전 실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포옹했습니다. 환하게 웃었습니다. 두 피고인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대화가 오갔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분량 공방과 포옹식으로 마무리된 첫 재판은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사건에 대한 검찰의 발표는 듣지도 못한 채 끝났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지 80분 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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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두 번째 재판 출석…10분 지각
7일 뒤 두 번째 재판이 다시 열리자 이 대표는 좀 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법원에 등장했습니다. 병원에서도 퇴원한 뒤였습니다. 하지만 재판 시작보다 7분 늦게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이러자 재판부는 재판 시작에 앞서 이 대표에게 "앞으론 10분 일찍 와달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 재판의 쟁점 :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에 이익을 가져온 사건이었나?
지난 첫 재판에서 끊겼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배임) 의혹 사건과 성남FC 후원금(뇌물) 사건에 대한 검찰 측 발표가 재개됐습니다. 사실상 첫 재판이 본격 시작된 겁니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휴정 시간 포함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는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 검찰 "사업 뛰어들었으면 잘 했어야"
검찰의 논리 큰 줄기는 이렇습니다. 민간 업체끼리만 참여하는 사업이라면 정부의 '배임'도 없지만 민간과 정부가 함께하는 '민·관 합동사업'은 다르다는 겁니다. 검찰은 "관도 하나의 선수가 된다"며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선행 사업으로 뛰어들었으면 적어도 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가 사업자 입장으로 참여했다면 최대 이익을 환수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오히려 민간 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천89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봅니다. 또 유동규 전 성남시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당시 측근들을 통해 민간 업자들에게 사업 관련 비밀을 흘려 7천억 원이 넘는 부당 이익을 챙기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조업 논리'도 등장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서판교 터널 개통 비용 등을 민간 업체에 부과해 시가 5천503억 원을 환수했다"고 주장한 걸 이 대표의 3대 거짓말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5원짜리 물건 제조에 3원이 들고 여기에 이익이 2원이 남는데 원가가 2원 올라 7원짜리 물건이 됐다고 해서 제조업자(성남시) 이익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조 원가를 위해 민간 업체들이 무언가 더 지은 것이라면 그건 '환수'가 될 수 없단 겁니다. 이 대표가 '공공 환수액'이라고 주장한 서판교 터널 개통비 등은 추가로 들어간 제조 비용일 뿐이란 겁니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에 대해 날 선 의견을 쏟아내자 두 눈을 감고 허공을 쳐다보던 이 대표는 몇 초간 눈을 뜨고 검사석을 응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내내 가만히 두던 두 손을 움직여 종이에 무언가 메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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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표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될 것 같다"
검찰 측의 대장동 발표가 끝나고 오전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처럼 직접 발언 기회를 요청했습니다. 이 대표는 휴정하자는 재판부에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데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대대적으로 보도될 거 같아서…"라며 직접적으로 보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재판부가 검찰 발표가 다 끝나면 오후에 기회를 주겠다며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 "제가 공산당은 아니지 않나"
오후가 되어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까지 발표가 끝나자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해 직접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참나무 숲인지 소나무 숲인지는 보면 아는데 땅을 파서 현미경으로 소나무 DNA를 찾고 있다"며 검찰 수사 비판으로 시작한 이 대표의 발언은 33분간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대장동 사건에 관해 가장 할 말이 많은 듯해 보였던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은 원래 LH가 공영개발 하다 포기한 사업"이라며 "돈이 많이 남는 걸 LH가 포기한 게 오히려 배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간 업자들로부터 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했다는 검찰 지적에는 "그렇게 해버리면(이익을 가져와버리면) 사회주의 국가가 된다"며 "검찰은 (이익을) 누룽지 긁듯 닥닥 긁어서 이익을 환수하지 못해 배임이라는 것 같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터널 개통뿐 아니라 배수지 공사 등 각종 비용을 민간 업체들에게 추가로 부과해 이익을 환수했고 그들과 유착 관계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시가 '확정 이익' 방식을 사용해 정해진 금액만 돌려받은 건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익을) 박박 긁어서 저들이 저항할 수 없는 그 단계까지 다 회수해야 된다는 게 지금 검찰의 입장인 것 같은데, 저로서는 왜 행정관청이 그렇게 해야 되나, 제가 공산당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점을 살펴주십사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두 번째 재판…당무 지장은?
이날 검찰이 대장동과 성남FC 사건에 대한 모두진술을 마치고 이에 대한 이 대표 측의 의견까지 듣자 저녁 6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정진상 피고인 측 의견을 다 듣지도 못했는데 시계는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휴정 시간을 포함해 약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겁니다. 재판부는 10월 20일, 11월 7일, 14일, 17일, 21일에도 재판을 지정했습니다. 현재 격주로 출석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는 별개입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주 2~3회 재판에 출석하게 된 겁니다. 단식 후유증을 추슬러 당무에 복귀하면 '재판 리스크'가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입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저녁 8시 55분 불 꺼진 법원 청사를 나섰습니다. 일부 지지자들은 밖에 끝까지 남아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응원을 보냈습니다.
여현교 기자 yh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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