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전문가와 시장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적 결정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충분한 논의없이 갑작스럽게 추진한 공매도 금지는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불러올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5일 정부 서울청사본관에서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상장 주권 등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는 허용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11.05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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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공매도 금지기간 중 정부는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매도 제도 전반에 걸쳐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제180조제3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한국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매매거래의 유형 및 기한 등을 정해 차입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은 ▲기관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인 해소 추진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 모색 ▲글로벌IB를 전수조사를 통한 무차입 공매도 강력히 적발‧처벌 등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부터 20명 인력으로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해 불법공매도에 대해서는 최대한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런 공매도 전면 금지로 한국 증시에 대한 신인도 저하, 외인 자금 이탈 등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을 6개월 여 앞둔 지금 당장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지 않으면 안 될 사정이 있는 지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과거 국내에서 공매도를 한시적 금지했던 적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발 증시 급락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했던 시기로 한정됐다.
현재에도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만 한해 부분 허용되고 있다. 2021년 5월부터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공매도 관련 규제 문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MSCI는 선진국 지수 편입 요건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곰매도를 전면 금지할 경우 이상 과열과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 억제 등 순기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무더기 하한가', 6월 5개 종목 하한가 사태, 최근 영풍제지 사태 등 굵직한 주가조작 사건이 3번이나 발생했다. 동시에 공통점으로 주가조작에 활용된 종목들이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아 시세조종에 쉽게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거래소와 함께 밀착 감시하겠다"며 "시장조성자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공매도에 대해서도 철저히 모니터링해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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