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통신비 부담 완화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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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한번 통신비에 칼을 댄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통신요금을 지목하며 소비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가계통신비는 여전히 상승 추세이기 때문이다. 5세대(5G) 중간요금제 출시 등 앞선 대책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새로운 통신비 경감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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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통신비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이번 정부의 세번째 통신 요금제 개편안이다.
통신 3사의 5G 요금제 시작가를 현재 4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 대로 더 낮추고, 중저가폰 출시를 확대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장관은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용량에 부합하는 요금 체계로 개편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겠다”며 “통신 시장의 과점 고착화를 개선하고 요금·서비스·설비 경쟁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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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정부가 가계 통신비 경감 대책을 논의한 지난 2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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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신물가 조절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잇따른 대책에도 휴대전화 요금, 단말기 가격 등 이른바 ‘통신물가’는 올해도 꺾일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1~9월) 통신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상승했다. 통신물가는 2018년 이후 4년 연속 하락하다 지난해 0.7% 올랐고 올해는 상승폭이 더 커졌다.
특히 단말기 가격이 전년 대비 3.5% 올랐다. 삼성전자 갤럭시S, 애플 아이폰 등 주요 제조사의 플래그십 단말기값이 급등하며 가계 통신비를 끌어올린 것.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평균 가격은 약 87만3000원으로 9년 전인 2014년(약 62만원)보다 41%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비용은 연평균 4%씩 늘었는데,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1.62%)을 웃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가 통신 요금에 통합 청구되다보니 소비자들의 체감 통신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구독료가 잇따라 오르며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스트리밍+인플레이션)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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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은
정근영 디자이너 |
①쓴 만큼 요금 내고: 정부는 통신사와 협의해 내년 1분기엔 3만원 대 5G 요금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는 4만원대 후반 요금제부터 시작한다. 또 30GB 이하 소량으로 데이터 제공량을 세분화해 저렴한 요금제를 다양하게 만들고, 이달 말부터는 5G폰으로도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는 통신3사가 판매하는 5G 스마트폰은 4G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는데, 이런 제한을 없애는 것. LTE 는 5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저렴한 요금제가 많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② 폰값 부담 낮추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삼성전자)와 협의해 중저가 단말기 출시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30만~80만원대 단말기 2종을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3~4종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 단말기 구매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통신요금 할인(25%)을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제도의 계약 기간을 현재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중도에 통신사를 해지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
③ 신규 사업자 늘리고: 정부는 통신사 간 경쟁이 활발해져야 요금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제4 이통사 후보를 계속 찾고 있다. 신규 사업자에게는 주파수 할당대가 조건을 완화해주고 정책금융·세액공제 등 지원 방안을 추가할 계획이다. 중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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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실적에 악재 될까
정근영 디자이너 |
통신사들은 정부의 추가 압박이 각사의 수익에 미칠 악영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요금제가 저렴해지고 세분화하면 가입자 당 평균 매출(ARPU)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아직까지 통신사 영업이익에 큰 변화는 없다. 7, 8일 잇따라 나온 3분기 실적발표에서 3사 영업이익 합산은 1조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년 3등’이던 LG유플러스가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경쟁을 자극하는 데다, 정부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요금 인하 효과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3분기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가입자 회선(알뜰폰 제외) 수에서 KT를 처음으로 앞서며 화제를 모았다. 다만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고 순수 휴대전화(핸드셋) 회선 수만 따져보면 KT(1349만 회선, 점유율 28.3%)가 LG유플러스(1101만 회선, 23.2%)보다 여전히 많다. 1위인 SKT는 2309만 회선(48.5%)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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