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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거동 불가’ 중증도 절반 자부담… ‘간병 파산’ 내몰린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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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간병비 14년째 동결

24시간 간병인 고용 최소 12만원

일 간병비 지급 최고 6만원대 그쳐

공무원 재해 보상 요건 까다로워

화상 얼굴 피부 재생 등 지원 난항

후유증 의약품 다수 비급여 제한

위험직무 별도 재해보상제 시급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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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건물을 뒤흔들 정도의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지난 9월 부산 동구의 한 목욕탕에서 발생한 화재·폭발 현장에서 남아 있는 불길을 살피던 소방관 강모씨는 건물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정면에서 받았다. 폭발과 함께 강씨의 전신이 1 정도 날아올랐다 왼쪽 어깨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강씨는 폭발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대장님, 대장님!”

강씨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부하 직원의 간절한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지만 이내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고 한다. 이 사고로 그는 왼쪽 갈비뼈 3대가 부러지고, 양팔·다리부터 시작해 얼굴까지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다. 사고 후 두 달여가 지났지만, 강씨는 이제서야 두 발로 온전히 걸을 수 있다. 여전히 가족의 병간호 없이는 옷을 갈아입을 수도, 개운히 씻기도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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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강씨에게 가장 큰 걱정은 간병비다. 그는 체표 면적(신체 부위 중 화상 부위의 비율)의 30%에 달하는 범위의 화상을 입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 재해 보상 기준에 따르면 화상 피해자의 경우 화상의 범위가 체표 면적의 35% 이상이어야 간병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 재해 보상 기준에는 35% 화상 범위 기준을 포함해 총 10가지 기준이 있지만, 두 손가락을 잃거나 두 눈이 실명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강씨는 “화상 범위를 단순히 35%로 수치화시켜 제한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골절 등 다른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간병비 액수가 충분치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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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방의날… “국비 지원 확대하라” 제61주년 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경북·대구·부산·울산 소방 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 예산의 국비 지원 확대와 안정적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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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 날’은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들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1963년을 시작으로 ‘119’를 상징하는 11월9일 ‘소방의날’에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화재 진압 및 구조 활동 중 부상을 입은 소방관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화재·구조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공무상 요양비(치료·간병비)를 신청하는 소방관이 매년 늘고 있다. 인사처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공무상 요양 심사 신청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3년간은 1000건을 웃돌았다. 지난해 1201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858건이 신청돼 연말에는 1000건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는 소방관들에 지급되는 간병비는 14년째 동결된 상황이다.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는 소방관들에 대해선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간병비가 지급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간호비 지급 기준을 중증 정도에 따라 간병 1등급·2등급·3등급으로 나눈다. 거동이 불가능한 수준의 1등급에 대해 전문 간병인을 쓸 경우엔 일일 6만7140원, 가족·기타 간병인을 쓸 경우엔 6만1750원이 지급된다. 간병인 하루 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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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경북·대구·부산·울산 소방 지부가 제61주년 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 예산의 안정적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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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협회 요금표를 보면, 24시간 전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일반 간병비는 12만원부터 시작해 거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추가 금액이 더 붙는다.

2021년 충남 소방에서 근무 중 화재 진압 현장에서 두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최모씨는 현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전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중증 화상으로 간병 1등급을 받은 최씨는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하루 6만7000여원을 지급받았지만, 현실적인 간병비는 하루 15만원 이상 발생했다. 결국 최씨는 간병비를 위해 300만원 이상을 자부담으로 지불했다. 최씨는 “‘영예로운 제복상’의 상금을 받았지만 미봉책”이라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나 자신을 헌신한 순간을 지금은 후회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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