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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빈대 공포 확산

"분당선에도 빈대" SNS 루머에 시민도 기관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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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신분당선 "빈대 관련 신고 0건"

지하철 천 시트·택배 의심 등 피로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오죽하면 '빈대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이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활발히 퍼져나가며 시민도 기업도 모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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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분당선에서 빈대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글. [사진=X(옛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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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는 '지하철에서 빈대를 봤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방금 지하철에서 있었던 얘기다. 어떤 아줌마가 학생 다리에 빈대가 붙었다고 말해줬고, 학생이 왼쪽 다리를 털자 빈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라며 "아줌마가 (빈대를) 죽여버리라고 하셔서 학생이 발로 죽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동 경직됐다. 모두 빈대만 바라봤다"라며 "심지어 (빈대가 붙은 사람은) 서 있었다. 빈대가 천에 붙는다고 해서 지하철 의자에 앉지 않으면 덜하려나 했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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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분당선에서 빈대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글. [사진=X(옛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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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8일 오후 10시 기준 재게시·인용이 약 2000번에 달할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빈대가 나온 지하철이 어디냐'고 묻는 이들이 많아지자 작성자 A씨는 첫 게시글을 올리고 4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빈대를 목격한 곳이 '분당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도 빈대가 아니고 다른 벌레였으면 좋겠다"라며 "대체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어디서든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수인·신분당선 "빈대 신고받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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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에 빈대가 나왔다'는 글에 반응하는 사람들. [사진=X(옛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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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빈대'의 여파는 강력했다. 9일 오전 X 실시간 트렌드에는 '분당선 빈대'가 올랐고, 분당선을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빈대 옮을까 봐 분당선 못 타겠다', '어제 그 글을 보고 분당선을 타기 무서워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글 작성자 A씨가 말하는 분당선이 수인 분당선인지 신분당선인지 알기 어려워 두 기관 모두에게 연락한 결과, 8일 기준 빈대 관련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수인 분당선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8일 기준 단 한 건도 빈대 신고가 들어온 적 없다"라며 "지하철 한 칸이 빈대로 인해 난리였다면 보고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빈대가 나왔다면 코레일 측에 신고부터 해야 했다"이라며 "불필요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위"라고 경고했다.

또한 SNS·커뮤니티 발 루머에 대해 "X, 디시인사이드 등 '지하철에서 빈대를 목격했다' 식의 루머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라며 "빈대가 보이면 신고부터 해 달라. 현재까지 빈대 관련 신고를 단 한 건도 받은 적 없고, 지하철은 빈대가 살만한 환경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신분당선 관계자 또한 아시아경제에 "빈대 관련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수인 분당선과 마찬가지로 빈대 관련 신고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수인 분당선 관계자는 "빈대가 발생하면 역에서 비상 정차한 뒤 해당 칸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한다"라며 "매일 방역에도 힘쓰고 있는데 '지하철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등의 루머가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레일, 빈대에 총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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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열차 소독을 하고 있는 '빈대 방제기동반'. [사진=코레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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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측은 지난 8일 오전 대전 사옥에서 빈대 예방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모든 열차와 역사 등을 중심으로 철도 전 분야에 걸쳐 빈대 차단 방안과 방제 현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9일 기준, KTX와 전철 등 열차에서 빈대가 발견되거나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적은 없으나 최근 인터넷과 SNS 등에서 빈대 관련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철도 내 빈대 유입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빈대가 확산할 확률은 굉장히 낮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빈대가 대중교통에 숨어서 흡혈하며 번식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중교통은 사람들이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탔다가 내렸다가 한다. 또 주로 빈대는 야간활동성으로 새벽에 흡혈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중교통은 굉장히 밝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해충 유입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빈틈없는 방제 관리 태세를 갖춰 국민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열차를 타실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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