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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빈대 '대체 살충제' 이르면 내일 긴급 사용승인…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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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저항성 형성 빨라…대체 살충제에 이미 저항성 보여

"'고열 증기'로 방제하고, 살충제는 보완적으로 사용해야"

연합뉴스

위생 취약시설 빈대 방제 비상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전국 곳곳에 빈대가 출몰하는 가운데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된 빈대를 방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체 살충제를 긴급 사용승인한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질병관리청 요청에 따라 이르면 10일 모기·파리·바퀴벌레를 잡을 때 사용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빈대 퇴치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긴급 사용승인할 방침이다.

환경부와 과학원은 긴급 사용승인에 앞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판매업체와 만나 시장성을 확인하고, 해외 연구 결과와 사용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긴급 사용승인은 예상하지 못한 감염병이 유행하는 등 긴급 상황에서 방역·방제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별도 안전성·유효성 심사와 시험방법 검토를 거치지 않고 화학제품을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것을 말한다.

질병청은 빈대가 기존에 사용하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학계는 빈대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도 이미 저항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미국 러트거스대 왕창루 교수 연구진은 올해 1월 MDPI 곤충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빈대 개체군을 채집해 저항성을 시험한 결과 13개 개체군 가운데 1개 개체군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 높은 수준의 저항성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스티븐 도게트 교수도 올해 2월 경제곤충학 저널에서 "피레스로이드계와 네오니코티노이드계를 섞어 만든 살충제도 반복해서 사용하면 빈대 개체군이 진화해 저항성을 가져 살충제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쪽방촌 빈대 방제 작업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빈대가 살충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이유는 '짧은 세대교체 주기'에 있다.

빈대가 알에서 깨어나 성충이 되기까지는 한 달밖에 안 걸린다.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반빈대 외에 '열대빈대'도 발견되고 있는데, 이전부터 열대지방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사용해온 만큼 높은 방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다 안전성 심사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벌레를 잡는 데 쓰는 살생물질은 인체에도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살충제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빈대 전문가인 김대윤 태국 국립농업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살충제를 써도 저항성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빈대는 실내에서도 정해진 곳에만 살기 때문에 '고열 증기'로 충분히 방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빈대 탈피각과 알껍질이 쌓여 있으면 우산이 비를 막아주듯 살충제를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피각과 알껍질을 청소기로 제거한 다음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며 "5∼7일 뒤에는 알에서 깨어난 약충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빈대는 전 세계에 90여종 있으며, 이중 3종은 사람 피를 빨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토착종인 일반빈대와 외래종인 열대빈대를 볼 수 있다.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가려움증과 2차 피부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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