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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석 검찰총장
이원석 검찰총장은 어제(9일)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악화일로를 걷던 검찰과 민주당의 갈등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폭발한 모양새입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퇴근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로비에 나타난 이 총장은 취재진에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총장은 "검찰이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들도 탄핵하려 할지 모른다. 이런 부당한 탄핵은 그만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도 탄핵하겠다면 검사를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 총장을 탄핵하시라"고 말했습니다.
이 총장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조금을 빼돌린 국회의원, 가상자산을 국회에서 투기한 국회의원, 이들에 대한 탄핵이나 제명은 우리 현실상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에 날을 세웠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를 포함해 탄핵이 발의된 점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사팀이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제대로 결론을 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소 정돈된 언어로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 총장이 수위가 높은 표현을 동원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대검찰청 역시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민주당의 탄핵 시도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대검은 "민주당의 반복적인 다수의 검사 탄핵은 제1당의 권력을 남용해 검찰에 보복하고 탄핵을 통해 검사들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외압을 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정치적인 목적과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을 공격하고 검사들을 탄핵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법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로써 다수에 의한 법치주의 파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고발 사주' 의혹이 있는 손준성 검사와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 등이 있는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검사는 수원지검 2차장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검사들은 위법한 범죄혐의나 중대한 비위가 있는데도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처벌받지 않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져 탄핵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습니다.
검찰과 민주당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검찰이 전격 수사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고, 검찰 개혁 또한 첨예한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2021년 대선 국면에서 제기된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의혹, 유동규·김만배·남욱 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 수사로 갈등은 점점 심화했습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내세우며 작년 4월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을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망은 더 넓어지고 촘촘해졌습니다.
대장동 외에도 백현동·위례 개발사업 관련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이 연달아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검찰이 올해 2월 위례·대장동·성남FC 관련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아슬아슬하게 부결됐지만 검찰은 9월 18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공직선거법 재판 관련 위증교사 의혹으로 두 번째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은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안동완 차장검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사실상 반격했습니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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