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KBS 라디오서 “2020년 보수 다 합하고도 결과는 엉뚱”
지난 10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제3지대 규합을 시도 중인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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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방문 등 민생보다 ‘TK(대구·경북) 민심 잡기’로 해석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보수 대통합’이 낳았던 예상 밖 결과를 떠올렸다. 보수층 ‘심기 경호’로만 비치는 행보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도직입적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 소위 보수 대연합이라고 해서 보수를 다 합하지 않았느냐”며 “다 합했는데도 불구하고, 선거의 결과는 엉뚱한 식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당시 보수를 결집할 적에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나, 보수의 결집으로 160석 정도는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하지 않았느냐”며 “결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고 떠올렸다.
앞서 2020년 2월,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같은 해 4·15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보수당과 미래를향한전진4.0과의 합당을 의결, 중도·보수 진영의 통합 작업을 펼쳐 미래통합당이 탄생했지만 민주당에 180석(비례용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포함)을 내주면서 총선에서 참패했다. 미래통합당은 103석(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포함)을 얻는 데 그쳤다.
경북에서 3선을 지내다가 당의 요구로 당시 서울 중랑을에 배치됐던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경선 탈락 후, 한 언론과 통화에서 “민심이 소리 없이 우리 당을 죽였는데, 그동안 우리는 한쪽 귀를 닫고 살면서 엉망진창으로 공천을 했고 ‘160석 이상 얻는다’는 내부 보고서에 취해 우리끼리 자신감 넘쳤다”며 “이제 진짜 보수정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성찰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게 김 전 비대위원장 판단이다. ‘지금도 역시 똑같은 것을 답습한다’거나 ‘이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굉장히 회의적’ 등 주장을 편 그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격차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데도 이를 복기하기는커녕, 경기 김포 ‘서울 편입론’ 등을 꺼내 드는 대처에서 민심을 무겁게 여기는 심각한 판단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박원순 무소속 후보 당선은 이명박 정부의 마침표가 더욱 가까운 시기였고, 윤 대통령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시점에서의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사안인데도 최근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움직임은 민생 살피기보다 보수층 ‘심기 경호’에 쏠린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를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높이 평가한 데 이어, 12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과 번영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국민들 의지와 ‘하면 된다’는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잘 살아보세’는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의 구호였다. 행사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안철수·송석준 의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곽대훈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 총 70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놓은 3개 안건들을 놓고 “국회의원 숫자를 10%를 줄이자고 하고 영남 의원들을 험지로 내보내자고 하는데, 전혀 국민의 정서하고 맞지 않는 얘기”라며 “그건 당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하지만 결국 헌법사항인데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될 수도 없는 문제”라며 “국민이 거기에 무슨 감흥이 있겠나”라고 물었다. 이러한 안건들을 내놓으면서 ‘국민이 감동받을 것’이라고 혁신위가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착각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신당의 자세’는 간단하다. ‘당면한 이슈’ 해결이다. 그는 “정치적인 수사를 갖고서 정치할 생각하지 말고 문제 중심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풀지 국민에게 제시하고, 국민이 받아들이면 성공한다”며 “시장 경제에서 시장에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려면 기존 기업과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기존 기업들보다 나은 상품을 갖고서 시장에 들어가면 성공할 수 있는 논리와 똑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품 없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과 같은 모습을 국민의힘이 보인다면서, 현재 그 반사이익을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간다는 진단도 김 전 비대위원장은 더했다. ‘여당이 지금 제대로 일을 못하기 때문에 야당이 거기서 그냥 공짜로 먹는 이런 것이 되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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