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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기자수첩] 집값 ‘2차 하락’ 비관론… 과도한 공포는 혼란만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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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15일 이른 시각부터 증권사 한 보고서가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지금보다 최대 30%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다소 과감한 분석이 담겼다. 현재의 고금리 수준이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 이 보고서는 내년 비관적인 집값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건설업계 대표적인 조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도 이달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보면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연초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시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는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매매 매물이 8만건에 육박하고, 일부 구(區)에서는 주간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도 했다.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에서는 진행 건수가 7년 여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인상에 따라 대출 연체률이 늘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 금리 움직임은 비관론보다는 긍정론에 힘을 실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발표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전망치(3.3%)를 하회했다. 지난 7월 이후 최저치이며, 지난 9월 상승률(3.7%)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번 물가지표 발표 후 한 때 5%를 넘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4.5%를 밑돌기 시작했다. 각 기관들은 일제히 12월 연방시장공개이사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우세하게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와 UBS는 내년부터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물론 미국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국내 금리가 바로 뒤따라 움직일지는 알 수 없다.

부동산 비관론을 떠받히는 또 다른 한 축 ‘경기침체’ 또한 그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성장세’를 예상했다. “경기침체 리스크는 상당히 제한적이며 미국의 리세션 확률은 15%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내년 우리나라 경기에 대해서 내수 둔화에도 불구, 수출 회복세가 빨라져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와 경기에 대한 전망이 비관론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집값의 상승세를 말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늘 맞는 것도 아니고, 틀렸다고 잘못한 것은 아니다.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참고해서 판단을 하면 된다. 다만 난데없이 집값이 30%나 하락한다는 등의 과도한 비관론으로 시장 참여자의 공포감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부동산이 개인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전망은 경제 전망 만큼이나 신중해야 한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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