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불법·합법 공매도 고의로 혼용…한국 기업에 불리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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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데 대해 외국 투자은행들이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이 아닌 표심에 초점을 맞춘 선거용 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국제 투자은행들이 한국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 FT는 한국 내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 2명을 익명 조건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한국 규제당국이 유권자들을 달래려고 고의적으로 불법 공매도와 합법 공매도를 뒤섞어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이때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빌린 것처럼 공매도 거래를 하면 무차입 공매도가 된다.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가 말한 '불법 공매도'는 무차입 공매도를 가리킨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FT 인터뷰에 응한 한 투자은행 대표는 "한국 정부가 귀신을 만들어내 귀신극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매도 전부가 불법은 아닌데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취지다. 다른 대표는 FT에 "한국에서 투자자는 유권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일본, 홍콩과 달리 한국 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 회전율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개인 투자가 매우 활발해 선거철이 되면 시장 정책이 개인 투자자 측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취지다. 일본, 홍콩은 개인 투자자 회전율이 10% 내외라고 한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로 상장사들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를) 선진 지수에 편입시키겠다는 정부 목표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에게도 아주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정부와 여당은 연일 공매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15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지난 5일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발표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 글로벌 투자은행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 적발 등을 감안한 조치였다"며 "그럼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통계 수치를 언급하는 등 확인되지 않는 루머를 유포하는 시장 불안 조성 행위가 발생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무분별한 시장 불안 조성 행위 및 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중 단속 및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무차입 공매도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일각에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시급한 것은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자본시장을) 선진화된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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