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종료’라는 여섯 글자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2년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수없이 희망과 좌절을 안겼던 단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에는 진짜’라며 다시 설레고 있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현저히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식품·에너지를 제외하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또 11월 5~11일 미국에서 신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 수는 23만1000명으로 석 달 만에 가장 많았다. 모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 이슈다. 여기에 1년 만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 갈등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까지 안기며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11월 초 이후 처음으로 1200원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레발 금지’를 당부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일찍 터뜨린 축포가 연준의 경고를 불러온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미국 경제 지표는 실물 경기의 완만한 둔화가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매우 이상적인 형태의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면서도 “심리적으로 편안해진 상황이지만, 추가 금리 하락이 추세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물가 하락에 기반해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내리고 있지만, 이 점이 주식시장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주식시장은 완만한 우상향을 보이겠지만 그 속도는 점차 느려질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월 15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산책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 1년 만에 대면 회담을 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분기 실적 발표, 미중 정상회담, 미국 2024년도 임시예산안 하원 통과 등 굵직한 이벤트가 일단락된 가운데 주가 상승의 특별한 계기(모멘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미국 증시가 연내 최고 수준에 가까운 상황에서 지수가 더 오를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11월 20~24일)에 박스피 장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앞서 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채권 금리와 달러화 하향 안정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속도 조절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과정에서 단기 등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11월 중 2500선, 연내 2600선 돌파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