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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김정태의 부동산주간뷰] 집값 '드라마틱한 반토막'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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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근래 들어 집값 폭락론자들이 득세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려 진 글이나 부동산 유튜버 썸네일을 보면 주택시장이 당장 무너진 것 같이 어그로를 끄는 제목이 연일 반복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 역시 집값 향방에 대해 '데드캣 바운스(2차 폭락)', '역대급 급락'을 반복 주장한다. 일부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미국발(發) 금융위기', '중국발 부동산 위기', '일본발 잃어버린 30년' 등을 대입시키며 위기론의 논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듯 몰입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주 한 증권사는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집값이 중장기 30%, 최고점 대비 50% 하락할 것이라며 폭락론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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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관망세가 늘고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하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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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집값이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으로 최대 '반토막' 날 것"이라고 단언한데 있다. 집값 상승론이든, 하락론이든 전문가 나름의 논리적 근거와 타당성을 제시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다. 다만 극단적 전망이 난무할수록 이에 현혹돼 '막차 타는'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때문에 시장이 과열 또는 냉각되는 것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대로 집값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폭락하는 것일까. 당장 국내외 지표를 살펴보면 집값이 얼어붙을 만한 변수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중금리 상승 등 고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 대출 옥죄기가 강화된 것만으로도 주택시장엔 악재다. 11월 들어 수도권 주택 시장이 매물 증가, 거래량 감소, 신규 분양 청약경쟁률 하락 및 미계약 증가 등의 통계가 반영되고 있다.

이 같은 지표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추세하락이냐, 단기적 조정국면에 그칠 것이냐로 엇갈린다. 이를 가늠 할 중대 변수로 역시 금리가 꼽힌다. 그런데 국내 금리추세는 미국의 영향을 받기에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고금리 정점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일찍 가시화된다면 국내 금리도 이에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기는 이미 침체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절실하다.

오히려 집값 향방에 대출이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집값 반등이 가능했던 것도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5조원의 자금을 푼 특례보금자리론의 영향이 컸다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주택시장이 냉각되는 이유도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등 대출 옥죄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와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에 대출 규제 완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 풀릴 신생아 출산 정책대출과 '총선효과'를 기대하는 규제완화 여부에 따라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 정책 의지가 반영되는 금리와 대출만 놓고 따져 봐도 급락 또는 폭락을 점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집값이 반토막 날 정도로 급락하는 경우라면 갑작스런 국내외 충격이나 국가시스템이 붕괴되는 전제를 갖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올 초 집값 급락의 주요인도 가파른 금리인상의 충격 때문임을 감안하면 집값이 또 다시 반토막으로 하락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또 급락론에 회의적인 이유로 전셋값 흐름이 꼽힌다. 전세는 철저히 수급논리가 적용되는 시장이면서 집값 변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강세다. 이 경우 전세값이 매맷값을 받쳐주는 하방지지선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빌라 등 전세사기 등으로 당분간 아파트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다 '임대차2법'이 전세 매물난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집값 급락을 방어해주는 효과가 있다. '집값 반토막'을 주장한 증권사 리포트에선 '역전세난'도 집값 급락의 요인으로 꼽았으니 이는 틀린 예측이 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년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집값 급락론에 제동을 거는 요인 중 하나다.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그만큼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진다. 이는 매매, 전세, 청약 등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도권 입주물량이 6만6000가구 초과 공급됐다는 주장이 설사 맞다고 해도 수도권 외곽중심의 공급이여서 집값 급락보다는 지역별 양극화 또는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주택 인허가·착공 실적이 전년대비 반토막난 것도 중단기적으로 집값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공급활성화 방안를 내놓고 있지만 서울 도심의 재건축·재개발이 제때 공급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dbman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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