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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바닥론·보복 소비에...3분기 가계 빚 14.3조 증가, 또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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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정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3/4분기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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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에도 금융권 가계 빚이 2분기 연속 늘면서 1년 만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3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등 외상거래)은 1875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말 대비 14조3000억원 증가했다. 영끌ㆍ빚투 열기가 이어지던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소비 심리가 함께 되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잠정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1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꾸준히 감소하다가 2분기(8조7000억원)에 이어 연속으로 증가한 것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3분기(1871조1000억원) 이후 1년 만에 다시 사상 최대다.

이는 역대 최대 잔액 기록을 또 갈아치운 주택담보대출 영향이 크다. 3분기말 주담대 잔액은 1049조1000억원으로 2분기 말(1031조8000억원)보다 17조3000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주택 거래가 늘면서 시차를 두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와 은행 주담대 등 주택 매매 관련 대출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국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9만1000가구에서 올해 1분기 11만9000가구로 늘더니 2분기에는 15만5000가구로 증가했다. 3분기에도 14만9000가구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기관별 양극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예금은행 취급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10조원 늘어 2분기 연속 증가했고, 전 분기(4조원)보다 증가 폭도 커졌다.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영향으로 공적 금융기관(주택금융공사 등)과 카드사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6조5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상호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ㆍ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취급 가계대출은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감소 규모는 4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7조원)보다 축소됐다. 부동산관련 대출의 리스크 관리 강화가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 금융권의 주담대 외 기타대출은 전 분기 대비 5조5000억원 줄어 8분기 연속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제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4분기에도 증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 급증했다.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로 봐도 6조3000억원 늘었다. 고금리에 서민 부담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사실상 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는 것도 향후 가계대출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3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을 포함한 판매신용은 2조6000억원 증가한 116조6000억원으로 세 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고물가ㆍ불경기에 움츠러들었던 소비 심리가 여행ㆍ여가 수요를 중심으로 되살아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은 2·3분기 평균 11조원 정도 증가했는데, 과거 2020~21년 중 분기 평균 30조원 이상 증가, 2010~19년 중 분기 평균 20조원 증가한 시기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한은은 가계부채 규모 자체를 급격히 줄이는 것 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점진적인 하향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중 1위다. 한은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초과할 경우 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체율이 치솟아 금융사들의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경기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한 후 10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먼저 (대출 등)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점진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의지와 정책적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라던 금융당국이 자영업자ㆍ소상공인 등에 대한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이자를 깎아주라고 하는 등 정책이 상충하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더해진다면 4분기 가계부채는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전세자금대출 등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예외 적용을 최소화하고, 이자만 내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상환을 연장하는 경우 금리를 더 높게 책정해서,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적은 원금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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