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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인공지능과 위성정보 결합해 지구상 최빈국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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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영상 속 건물·도로·녹지 등 분석
AI가 결과 학습해 '경제 점수' 매겨
대북 경제제재 기간 북한 변화 포착
경제지표 미비 지역 찾아 원조 가능
한국일보

2016년과 2019년 사이 북한 원산 갈마지구와 위원개발구의 위성 영상과 AI가 분석한 경제점수. 관광지역인 원산 갈마지구의 2019년 영상(위 가운데)에선 2016년(위 왼쪽)과 비교해 건물이 다수 들어서 있다. 이 기간 해당 지역의 경제점수는 주변보다 높다(위 오른쪽). 공업지역인 위원개발구는 2019년의 위성 영상(아래 가운데)이 2016년(아래 왼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점수도 주변 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 카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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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영상 자료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이 지역 경제의 발전 정도를 분석해 수치화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선진국과 달리 인구, 고용 등 경제지표 수집이 어려운 지역의 위성 영상을 AI가 분석해 국제사회의 원조가 필요한 빈곤 지역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 따르면 차미영 전산학부 교수와 김지희 기술경영학부 교수 연구진은 위성 영상을 활용해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박상윤 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과 교수, 양현주 서강대 경제대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인간-기계 협업과 위성 영상 분석에 기반한 경제 발전 측정'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이 무료로 공개하는 위성 영상을 활용해 영상 자료를 6㎢ 크기로 구획했다. 그리고 구역 안에 있는 건물, 도로, 녹지 등의 정보를 수치화했다. 예를 들어 논 면적이 넓거나 건물 밀도가 높거나 경기장이 큰 것은 경제 발전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지표로 분류했고, 도로와 건물 수가 적고 숲과 불모지 면적이 넓은 것은 발달이 덜 된 것으로 간주했다. AI는 이 같은 정보를 학습해 영상에 '경제점수'를 부여했다.
한국일보

위성으로 북한의 밤을 촬영한 모습(왼쪽 위). 밝은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까맣게 보인다. 야간 위성 영상은 그간 경제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였다. 오른쪽 위는 인공지능이 판단한 북한 지역의 '경제점수'. 평양, 원산 등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경제점수가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경제점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 아시아 국가들. 카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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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기법을 북한에 적용했다. 그 결과 대북제재가 심화한 2016년과 2019년 사이 북한의 경제 발전은 평양과 같은 대도시에 집중돼 도농 격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관광경제개발구역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던 반면, 전통적인 공업 및 수출경제개발구역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미미했다. 아시아 5개국(네팔,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도 같은 분석 기법을 적용했더니, 북한과 경제 상황이 유사한 최빈국으로 분류됐다.

이번 기술은 인구, 농업생산량 등 기초적인 통계 지표가 조사되지 않는 빈곤 지역까지 경제 발전 정도를 분석하고, 나아가 국제사회 지원이 필요한 지역을 선별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기대다. 개발한 모델의 코드도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차미영 교수는 "전산학·경제학·지리학이 융합된 이번 연구는 범지구적 차원의 빈곤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재해재난 피해·기후변화 영향 등 다양한 국제사회 문제에 적용해 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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