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정 NH앱솔루트리턴파트너스(NH Absolute Return Partners) 법인장은 16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NH앱솔루트리턴파트너스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NH투자증권의 인하우스 헤지펀드다.
권기정 NH앱솔루트리턴파트너스(NH Absolute Return Partners) 법인장이 16일 싱가포르 NH ARP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문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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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법인장은 영국계 투자은행 등을 거쳐 2009년부터 현재까지 15년째 싱가포르에서 활동 중이다. NH의 일원이 된 건 2020년이다. 오랜 기간 헤지펀드는 물론 패밀리 오피스(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적 투자 전문 회사)와 소통해 온 덕에 그는 싱가포르의 투자 흐름을 능숙하게 읽는 인물로 손꼽힌다. 그런 권 법인장은 싱가포르 헤지펀드들이 우리 정부의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에 당황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은 권 법인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싱가포르와 동남아 시장은 어떠했나.
“싱가포르 인덱스는 연초와 비교해 (11월 16일 기준) 약 4% 빠졌다. 인도네시아도 그렇지만 싱가포르는 산업이 없어 은행주의 비중이 크다. 시가총액 45%가 4개의 은행주에서 나온다. 나머지는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금리가 오르면 안 좋은데, 은행은 그 반대다. 싱가포르도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고 있어 은행주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주식은 금리가 높으면 매력도가 떨어지지만, 싱가포르 (주식) 시장이 견조하게 움직인 건 구조적 특성이 있어서다. 싱가포르 시장 자체는 (글로벌과) 방향성은 같지만 외생변수에 휘둘리지 않는다. 싱가포르 시장은 상대적으로 지루하다. 부동산 아니면 리츠, 은행주다.
인도네시아도 은행주가 견조했다. 인도는 올해 11% 올랐다. 인도는 현재 제조업 부흥기를 맞고 있다. 값싼 노동력 덕분에 제조기지들이 인도로 거점을 옮기는 추세다. 이걸로 수혜를 많이 받고 있다. 중국에서 자금이 빠졌는데, 이 중 일부가 인도로 흘러갔다. 펀드 흐름도 좋고 경기 펀더멘털도 강하다.”
─국내 금융기관이 싱가포르 현지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먼저 증권사부터 보면,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은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기업금융(IB) 딜 찬스가 올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소득 수준이 올라오다 보니 개인들의 주식, 채권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졌다. 증권사들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가 증권업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사가 싱가포르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정도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로 나오는 곳들은 많다. 반대로 얘기하면 싱가포르는 자산운용업을 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외환 시장이 탄력적이다. 또 운용사를 운영하기 위해선 펀드 사무수탁사, 수탁은행, 펀드 감사가 어우러져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용역을 제공하는 자들이 대부분 글로벌 스탠다드다. 싱가포르엔 싱가포르인, 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의 프로페셔널이 많아 인재풀이 넓다. 그렇다 보니 해외 자금을 유치하기 용이하다. 모회사 입장에선 자산운용업의 싱가포르 진출로 자산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유독 운용업을 하기 용이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선 기관 투자자가 해외 펀드나 해외 기업에 투자할 경우 자금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 개인이나 일반 법인이 해외 투자를 할 땐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마다 방대한 분량의 역외금융회사에 대한 투자 신고서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보고 의무가 없다. 싱가포르의 금융감독기관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이런 걸 감독하지 않는다. 싱가포르 법인이 인도에 1000만불(약 100억원)을 보내도 이는 사적인 계약일 뿐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다. 기관과 적격 투자자에게만 판매가 가능한 사모펀드의 경우 사실상 규정이 없다. (MAS가) 터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주식 롱숏(매수·매도) 전략, 외환을 하는 글로벌 매크로, 멀티 스트래티지, 커머더티(원자재 등 실물 기업에 투자) 등 헤지펀드는 4개의 전략이 있다. 공매도 금지에 특히 영향을 받는 건 롱숏 펀드다. 공매도가 막혀 지수 선물이나 개별 주식 종목 선물로 헤징(위험 회피)해야 한다. 불편해진 거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헤지가 안 되니 헤지 펀드는 운용을 못한다. 개점휴업이다. 기술적으로 인덱스 지수 선물로 일정 부분 헤지할 수 있지만, 어떻게 종목 매수를 인덱스 선물로 헤지할 수 있나. 헤지 펀드들은 ‘매도 자체를 금지하지’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공매도 전면 금지는 싱가포르·홍콩 헤지펀드들한텐 굉장히 안 좋은 정책이다.
개별 종목 선물로 숏(매도 포지션)을 할 순 있지만, 선물이 있는 종목은 200개뿐이다. 헤지펀드는 200개 종목만 다루지 않는다. 그 외 종목은 어떻게 헤징하나.”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처럼 세계적인 금융 허브를 갖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제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인프라, 규제, 금융산업 자체의 성숙도 등의 척도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금융허브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꽤 많이 발전했다. (전 세계 도시들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서울시는 10위를 차지했다. 증권업을 보더라도 자기자본 10조원, 8조원 증권사가 등장했다.
10년 넘게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이 국가가 어떻게 금융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는지 봤다. 이곳은 도시 국가다. 홍콩도 도시 국가의 성격이다. 법과 규제의 시행이 수월하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고 제도적 장치가 연결돼 있다.
기본법에서 나오는 구조적 차이도 있다.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이 4대 금융 도시인데 네 도시 모두 영미법을 따른다. (영미법은 플레이어들을) 세세하게 보지 않는다.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여기서 마음대로 놀라’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끼리) 경쟁을 해 좋은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상품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 또는 부산이) 금융 허브가 되려면 세금에 대한 혜택도 있어야 한다. 법인세뿐만 아니라 펀드에 대한 과세 논의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조세 피난처라고 하면 돈을 빼돌리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싱가포르에선 텍스 헤븐(조세 피난처)에 펀드 만드는 것에 대해 ‘뭐 어때?’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면세 지역에 있는 펀드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외국인의 정주 여건 역시 중요하다.
우리나라 인재는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인력풀은 충분하다. 다만 기업할 수 있는 환경, 세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자질구레한 규제도 정비해야 한다. 규제는 바운더리만 만들어놓으면 된다.”
─해외 투자자들이 ‘K-관치 금융’ 개념을 이해하고 있나.
“관치금융은 어디에나 있다. 금융은 규제 산업이다. 싱가포르도 규제를 많이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위법 행위를 하다가) 걸리면 폐업하고 집에 가야 할 정도다. 대신 사모펀드, 즉 기관 투자자나 적격 투자자에게 파는 상품에 대해선 노터치다. 잘 만들어 놓은 리걸 프레임워크(법체계) 안에서 (참여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
다만 싱가포르에서 증시와 관련된 정책이 (한순간에) 바뀌는 건 보지 못했다. 시장은 그대로 시장이어야 하고 그 기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장의 룰이 자꾸 바뀌면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싱가포르 오피스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홍콩이 다시 금융 허브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혹자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경쟁한다고 생각하는데,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대로, 홍콩은 홍콩대로 간다. 싱가포르 월세는 홍콩보다 40% 정도 저렴했는데, 최근엔 10% 안쪽까지 줄었다. 이 때문에 홍콩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간 사람도 있다. 그래서 홍콩이 싱가포르를 다시 역전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단편적인 얘기다. 홍콩의 길과 싱가포르의 길은 다르다.
홍콩은 중국으로 가는 관문이다. 외국인이 바로 상해에 들어가면 부담스러우니 홍콩에 베이스캠프를 먼저 치고 중국을 보기도 한다. 대중국 비즈니스의 교두보다.
싱가포르는 고액 자산가들의 돈이 머무는 지역이다. 아시아판 스위스다. 글로벌 투자를 위한 안정된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홍콩과 싱가포르는 비교할 수 없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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