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원과 KB시세 차이 2~3배
서울 아파트값, 부동산원 2.18%↓, KB 6.22% ↓
지난해 용산구, 4.95% 상승 vs 2.41% 하락
거래량 줄고, 조사방식 차이로 혼돈 여전
정부 공식 통계 기관인 부동산원과 민간업체인인 KB국민은행의 집값 통계 차이가 여전히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원 기준으로 올 1~10월 서울 아파트값은 –2.18% 변동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KB국민은행 시세(KB시세)로는 –6.22% 하락폭을 보였다. 부동산원 기준으론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거의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KB시세를 보면 여전히 뚜렷한 내리막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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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안개 낀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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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의 올해 아파트값 변동률을 지역별로 비교하면 수도권에서 특히 차이가 크다.
올해 1~10월 경기도 아파트값 변동률은 부동산원 기준으론 –5.81%였는데, KB기준으론 –8.61%였다. 인천은 부동산원(-4.49%)과 KB시세(-9.50%) 변동률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 경기, 인천을 합한 수도권 전체 기준으로 부동산원(-4.52%)과 KB시세(-8%)는 –3.48%포인트나 벌어졌다.
이와 달리 같은 시기 부산(부동산원 –7.94%, KB시세 –7.30%)이나 대구(부동산원 –7.94%, KB시세 –8.97%), 광주(부동산원 –5.22%, KB시세 –5.20%), 대전(부동산원 –5.02%, KB시세 –5.98%), 울산(부동산원 –5.40%, KB시세 –5.71%) 등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두 기관 격차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도 컸다. 2022년 한해 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7.7% 떨어졌다. 같은 시기 KB시세 기준으론 부동산원의 절반도 안되는 2.96%만 하락했다.
지역별로 어떤 통계는 주택값이 올랐는데, 어떤 통계는 내린 곳도 있다. 서울 용산구 아파트값은 부동산원 기준으론 4.95% 하락했는데, KB시세로는 2.41% 상승했다. 종로구도 부동산원(-7.43%)기준으로 크게 떨어졌는데 KB시세(1.02%)로는 오히려 올랐다. 어떤 통계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특정 지역 집값은 올랐다고도, 내렸다고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작년엔 이런 집값 통계 차이가 경기(부동산원 –10.13%, KB시세 –5.26%)나 인천(부동산원 –12.52%, KB시세 –6.12%) 등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나타났다.
부산(부동산원 –6.60%, KB시세 –2.24%)이나 대구(부동산원 –12.38%, KB시세 –7.15%), 광주(부동산원 –4.07%, KB시세 1.61%), 대전(부동산원 –9.80%, KB시세 –6.65%), 울산(부동산원 –7.31%, KB시세 –2.34%) 등 거의 전 지역에서 많게는 3~4배나 다른 아파트값 통계치가 나왔다.
조사기관별로 아파트값 변동률 차이가 2~3배나 다른 현상은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부동산원 25.79%, KB시세 62.19%)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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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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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차이는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표본 단지, 실거래가 반영률, 경기 및 정부 정책에 대한 판단 등이 다른 경우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은 전국 아파트 3만6000채를 표본으로 정해 조사한다. KB국민은행 표본은 그보다 훨씬 많은 아파트 6만2000여채나 된다. 부동산원 시세는 실거래가가 더 많이 반영되고, KB시세는 중개업소에 수시로 올라오는 매물 가격(집주인 호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
통계 집계 방식도 부동산원은 성장률이나 투자수익률 등을 작성할 때 적합한 것으로 알려진 ‘제본스지수’(개별 주택값의 ‘곱셈의 평균’ 변화율)를 활용하지만, KB국민은행은 ‘칼리지수’(개별 주택값의 ‘덧셈의 평균’ 변화율)로 계산한다.
이렇게 다른 시세 작성 환경에서 거래량이 급감하면, 두 기관이 내놓은 통계치는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커진다. 많지 않은 거래인데 인기 우량 단지에 거래량이 집중된다면 집값이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양극화’, ‘쏠림현상’이 심화하면 이를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전체 시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집값 반등세가 강했던 올해는 특히 실거래가 반영률이 높다면 집값 하락세는 진정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실거래 신고된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부동산원이 조사한 실거래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3.4% 올랐다. 실거래가 반영률이 높은 부동산원 아파트값 흐름이 KB시세보다 안정된 것으로 나타난 건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급감한 요즘 실거래가로 시세를 판단하는 것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경우 한 달 아파트 실거래 건수가 1000건도 못미치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걸 토대로 150만채나 되는 전체 서울 아파트 시세를 예측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표본이 달라 생기는 ‘표본 오차’ 외에 작은 규모의 거래량과 매물 움직임으로 주변 주택가격을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측정오차’도 통계 차이를 발생시킨다. 부동산원은 특정지역 집값을 평가할 때 해당지역에 변화가 없다면 주변지역 실거래가, 매물수 동향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
박민규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부동산원이 작성하는 아파트 시세는 KB시세처럼 시장에 나온 매물가격 동향이 아니라, 해당 주택에 대한 ‘평가 금액’의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며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등 통계 작성 기관별 시세 통계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처럼 거래량이 적고 양극화가 심한 시장에선 객관적 집값 통계를 작성하는 게 특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물론 개개인들도 각각 집값 통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통계 활용 목적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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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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