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대신 '미사일'이라고 표현
주민들 "공습경보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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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밤 일본 도쿄의 한 TV 화면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직후 오키나와현을 대상으로 발령된 피난 경보가 떠 있다.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난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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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일본 정부는 즉각 오키나와현에 피난 경보를 발령하고 자정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여는 등 긴급하게 대응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자정을 전후로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다. 한밤중에 사이렌이 울린 일본 오키나와현에선 주민들이 “공습 경보인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본 정부는 위성 발사 직후인 21일 오후 10시 46분쯤 오키나와현에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한 피난 경보를 내렸다.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약 30분 후 “미사일은 태평양으로 지나갔다”며 피난 지시가 해제됐지만, 그사이 오키나와 주민은 미사일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오키나와 본섬 남쪽 요나구니지마에 사는 고령의 축산업자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고요한 밤중에 사이렌이 울리니 섬 전체가 진동하는 듯했다”며 “정말 심장에 나쁘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시의 한 직장인도 산케이신문에 “술집에서 사이렌을 들었는데 공습경보 같았다”고 말했다.
일본, 북한 위성 발사도 '탄도미사일'로 발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구분해 발표하는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일본 정부는 둘 다 탄도미사일이라고 지칭한다. 오키나와 지역 언론 류큐신보의 기자는 22일 오후 마쓰노 장관 회견에서 “경보를 발령할 때 미사일인지 다른 목적의 발사체인지 알려준다면 주민들이 덜 무서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쓰노 장관은 “위성 발사 목적의 발사인지 탄도미사일 발사인지는 즉시 판별하기 어렵다”며 “판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빨리 경보를 발령하고 있으며, 이때 미사일이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 "위성 발사 성공" 주장엔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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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21일 밤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도쿄의 총리 관저에 급히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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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마다 즉각 총리 관저에서 관계 장관을 소집해 NSC를 열고,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될 때마다 피난 경보를 발령한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다. 2017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아베 전 총리는 북한이 그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자주 발사하자 피난 경보를 발령하거나 고속열차인 신칸센 운행을 일시 정지하는 등 국민이 위험을 체감할 수 있도록 대응했다. 안보 불안감이 고조된 덕분에 중의원 해산 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베식 북한 미사일 발사 시 대응책을 답습해 왔다.
한편 위성 발사가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마쓰노 장관은 2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지구를 도는 궤도에 위성이 진입한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요미우리신문과 민영방송 닛폰텔레비전 등은 “속도와 고도가 약간 부족했다. 북한의 발표는 사실 여부가 의심된다”는 방위성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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