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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기준금리 인하 기대 실감나네… 은행채에 밀려 안 팔리던 여전채도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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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그간 연 5%대 금리를 찍으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자 더 낮은 금리에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두고 간만에 시장에 온기가 돌자 너도나도 자금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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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채 발행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우리금융캐피탈(AA-)은 총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2년물, 3년물 모두 민평금리보다 20bp 낮은 수준에서 채권을 찍었다. 2200억원을 조달한 롯데카드(AA-)도 만기별로 민평금리보다 4bp 낮은 수준에서 가산금리가 결정됐다. IBK캐피탈(AA-)는 2년물(500억원)은 민평금리 수준에서 발행했지만, 3년물(1000억원)은 민평금리 대비 20bp 낮은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DGB캐피탈(A+), 메리츠캐피탈(A+) 등은 민평금리 수준에서 채권을 발행했다.

여전채는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전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자금을 꾸준히 조달해야 하지만 사업 특성상 자체 수신 기능이 없기에 자금 대부분을 회사채, 차입금, ABS 등에 의존한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여전채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생략한 일괄 신고제를 적용한다. 1년 치 발행 물량을 미리 신고하고, 이 범위 안에서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개별민평금리보다 약간 낮거나 웃도는 수준에서 발행 금리가 결정된다. 수요예측이 없는 대신 채권 브로커가 발행사, 여전채 투자자 사이에서 의중을 파악해 금리 수준이 정해진다. 보통 여전채는 일반 회사채와 비교해 금리를 높게 쳐주는데, 여전채 투자 수요가 많아지면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채권이 발행된다. 거꾸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발행 금리가 높아진다.

그간 초우량물인 은행채, 한전채가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여전채 투자 수요는 크게 위축됐다. 지난 10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가 폐지되자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었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여전채는 소외되는 양상을 보였다.

11월 중순부터 여전채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주 현대캐피탈(AA+)은 1350억원 규모의 채권을 찍었는데, 3년물 모두 민평금리 대비 2bp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신한카드(AA+), KB국민카드(AA+), 현대커머셜(AA-) 등도 모두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가산금리를 확정했다. 이달 초 간혹 발행하던 여전채들은 신용도별 민평금리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한 주 만에 발행 규모도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20~24일) 발행된 카드채(1조3800억원), 할부채(2조1920억원), 리스채(2200억원) 등 여전채 합계는 총 3조7920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간(13~17일)에 카드채(6100억원), 할부채(9920억원), 리스채(0원) 등 총 1조6020억원 규모의 여전채가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투자심리가 녹으면서 연 5%대로 치솟았던 여전채 금리도 연 4%대로 내려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여전채 신용등급 AA+ 기준 3년물 금리는 4.417%, AA-는 4.772%로 하향 흐름을 보였다. 민평금리 수준에서 발행하더라도 더 낮은 이자를 내게 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리가 치솟아 여전채 발행량과 차환율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12월을 앞두고 흐름이 확연히 바뀐 것이다.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도는 배경에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금리 정점론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내년 5월에는 기준금리 동결보다 인하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채권시장에 때아닌 온기가 돈 만큼 12월 북클로징 전까지 여전채 발행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는데, 신한카드 채권 발행부터 가산금리(스프레드) 축소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연말엔 채권 찍는 게 어렵고, 내년 초 분위기는 또 모르기 때문에 여전채 발행이 반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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