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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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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신원 특정한 황의조 측… 법원 판례는 “직업만 공개해도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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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로펌, 피해자 직업·혼인 유무 공개
피해자 측 "입 막으려는 협박... 2차 가해"
법조계 "주변인이 알 수 있다면 처벌 가능"
한국일보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오른쪽)가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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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 측 변호사가 피해자의 혼인 여부와 직업을 공개하면서 2차 가해(피해자 정보를 유출하거나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 판례를 보면 법원은 '피해자 직업만 공개해도 신원이 특정될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내리지만, 정작 그 처벌이 무겁지는 않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1일 황의조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은 입장문을 통해 "상대 여성은 방송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현재 결혼까지 했다"며 피해자의 인적정보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자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는 신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고, 가해자(황의조)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를 향한 협박과 압박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담을 앞둔 또 다른 피해자가 황의조 측 입장문을 보고 돌연 상담을 취소했다면서 "(협박을 통해) 추가 피해자의 입을 막고 있다"고 질타했다.

법조계에선 이 정도의 피해자 신원 공개만으로도 현행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실제 법원은 피해자의 '직업'만 공개해도 처벌하고 있다. 특수강간 혐의로 긴급체포된 피의자에게 '피해자 직업이 변호사'라고 알려준 경찰관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법원은 "성폭력처벌법은 성명, 직업 등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직업만 누설·공개해도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변호사의 경우 다른 직업군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지 않다"며 "언론 등에 공개된 자료를 종합할 경우 피해자 파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의조 측이 공개한 △기혼 △방송인이라는 교집합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 사건 역시 기소된다면 유죄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얘기다.

여성아동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서울 지역 검찰청 부장검사는 "직업과 결혼 여부를 보면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를 수 있어도, 적어도 주변 지인들은 누가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게 법의 취지인 만큼,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가해자 측이 피해자를 비방하는 식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려는 전술을 자주 쓰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 기소가 되더라도 재판에서 가벼운 처벌만 받고 넘어가는 현상은 이런 2차 가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이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피해자를 변호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 실명을 공개한 경우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게 현실"이라며 "잘못된 사회적 시그널이 이어지다 보니, 변호사조차 경각심 없이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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