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학생, 함께 돕자①] "숨진 학생, 평소 성실"
연락 없이 실습 안 나오자 이상하다 생각해 방문
극단 선택 배경 여전히 미궁…사전 진단은 "한계"
정서행동특성검사 해도 부모 동의 없는 지원 불가
당국 안에서도 위기 종류마다 책임과 소관 제각각
[인천=뉴시스] 지난 2월8일 오전 온몸에 멍이 든 12살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11.29.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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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정신 건강, 기초학력 저하, 학교폭력. 우리 학생들이 겪는 위기는 다양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럼에도 '골든 타임'을 놓치고 안타까운 비극을 겪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다. 위기에 놓이기 전에 찾고, 모두가 함께 돕는 새로운 안전망이 필요하다. 국내 최대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와 교육부는 공동 기획 '위기 학생, 함께 돕자'를 통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을 대안으로 소개한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약 1년 전인 2022년 11월25일 오전 11시41분께, 인천 서구 당하동 한 빌라 안방에서 일가족 4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특성화고 3학년 재학생 A군 등 10대 형제 2명은 숨져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됐다. 부모인 40대 부부는 혼수상태였다. '인천 일가족 참변'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집안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짧은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안방 입구에서는 가연성 물질도 발견됐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음을 추정하게 하는 흔적이다.
현장을 처음 발견한 이는 A군이 다니던 특성화고 교사였다. 교육당국 관계자들은 평소 학업과 현장실습에 성실했던 학생을 잃은 점에 아쉬워하면서도 사전에 위험신호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전한다.
29일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A군은 평소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3학년이 되면서 현장실습에 성실히 참여해 오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현장실습을 진행 중이던 회사에서 A군과 연락이 닿지 않자, 회사에서 학교에 수소문을 했고 교사가 가정을 방문하면서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복지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숨진 동생은 중학교 졸업 후 고교에 진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가족이 비극에 이른 배경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교육부는 학생이 속한 가정의 위기 신호를 가장 먼저 찾아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학교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신청주의'에 바탕을 둔다. 제도를 모르거나 신청 방식을 모르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A군은 왜 포착되지 않은 것일까.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는 학교에서 위기 학생을 찾아내도 학교가 모두 감당해야 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지자체와 잘 연계된 지역이 드물고 뒷감당은 학교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가족의 어려움은 학생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조기에 찾기 위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도구가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받는 검사다.
당국은 결과는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적히지 않으며 비밀이 보장되는 만큼 솔직하게 기재하도록 안내한다. 검사 결과는 5단계로 분류하며 사건이 발생한 인천의 경우 고위험군은 별도 명단도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 본인이 검사를 성실하게 답하지 않으면 심리적 위기 징후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설령 학생은 답했더라도 부모의 동의 문제가 발생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위험군이거나 위험군이었다면 사전에 접근할 수 있었겠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다른 통상적인 경우에도) 검사 결과를 반영해 면담을 하려고 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특정 학생의 검사 결과는 비공개라 알 수 없지만 설령 결과가 위험 신호를 보여도 보호자 동의 없으면 다음 절차로 가지 못한다. 아무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인력을 학교에 방문하게 하고 지원할 치료비를 마련해도 현행 법 체계상에서는 동의가 필요하다.
A군의 숨진 동생은 학교 밖 청소년으로 알려졌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을 통해서 위기 신호를 포착할 순 없었을까.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사라진 학교 밖 아이들'의 단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의무교육인 중학교를 마치고 자퇴하면 법 체계상 엄밀히 교육당국 소관이 아니다.
[안성= 뉴시스] 한 고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DB)> 2023.11.29.. photo@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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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령에서는 학업을 중단한 학생의 정보를 여성가족부 소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이나 지방자치단체로 보낸다. 그러나 정보를 제공한 이후에도 학생 본인이나 부모가 거부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직업계고 교사 출신의 한 당국자는 "요즘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에도 부모의 직업조차 짐작하지 못하게 쓰도록 한다"며 "학생 개인의 사생활이기도 하지만 교사 개개인이 가정 형편이 어렵고 결손이 많은 학생이라도 일일이 방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교육 당국 안에서도 위기 학생을 지원하는 방식이 위기의 종류마다 각기 달라 혼선을 겪기도 한다. A군의 경우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담당하는 부서와 극단 선택을 예방하는 부서, 학생의 안전을 살피는 부서가 각기 달라 종합적인 판단이 쉽지 않던 상태다.
인천에서는 A군이 숨진 이후 또 다른 참변이 있었다. 지난 2월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등교하지 않던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친부와 계모는 등교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학교 측에 '홈스쿨링'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매뉴얼대로 유선으로 소재와 안전을 확인했으나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출석 인정을 받지 않은 채 7일 이상 장기 결석한 학생 6871명을 전수 조사했다. 경찰과 동행 방문까지 벌인 끝에 59명에게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해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응을 멈추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발굴해 개입하는 새로운 사회 안전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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